접종 간격 급하게 조정, 정상 면역체 형성 등 효과 우려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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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코로나19 백신/사진=연합뉴스DB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모더나로부터 받기로 한 8월 백신 공급 물량이 850만회분에서 절반 이하까지 반토막난 데 따른 것으로, 백신 수급 차질로 인해 접종 간격 또한 4주에서 6주로 연장됐다. 정부가 모더나 측에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즉각적인 항의·대응에 나섰으나,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신 수급 차질과 갑작스러운 백신 접종 간격 조정이 반복되면서 접종 효과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는 분위기다.

◇반토막 난 모더나 백신 물량… 접종 간격 4→6주 조정
지난 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최근 모더나 측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물량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물량이 공급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권덕철 범정부 백신도입TF(태스크포스) 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더나는 백신 공급 문제가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해 사과하고 한국에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모더나와 계약한 백신 물량은 총 4000만회로 2회 접종 기준 2000만명 분량이다. 이 중 상반기에 11만2000회분이 들어왔고 7월 이후에는 234만3000회분이 더 들어왔다. 당초 이달 말까지 915만8000회분이 더 들어와야 했으나, 공급 일정에 또 다시 차질이 생겼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달에도 비슷한 이유로 7월 백신 공급 일정을 조정했다.

갑작스러운 백신 공급 일정 변동으로 접종 일정 또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추진단은 “모더나 백신 공급 상황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mRNA 백신 접종간격을 불가피하게 한시적으로 6주까지 연장해 적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으로, 추진단은 지난 7월 22일 백신 공급상황이나 의료기관 접종여건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mRNA 백신 접종간격을 최대 6주 범위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mRNA 백신을 맞은 뒤 이달 16일에 2차 접종을 받는 대상자부터 6주 간격으로 접종이 조정될 전망이다. 현재 접종 진행 중인 50대 연령층, 지자체 자율접종 대상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은 “이번 조치는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며 “고3 학생, 고교 교직원, 기타 대입 수험생의 경우에는 기존의 접종 간격을 유지해 수능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경된 2차 접종일정은 이번 주 중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될 예정이다.

◇정부 “대표단 파견해 즉각 항의”… 효과는 ‘글쎄’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해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정부가 모더나 측에 공식 대표단을 파견해 공급 물량 지연에 대해 즉각 항의하고 공급 방안을 촉구한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움직임만으로는 원활한 백신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진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지금 와서 생산 차질에 항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백신 수급이 불안해보였으면 미리 가서 요청하고 백신을 확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비슷한 일이(공급 물량 펑크) 있었고, 이번에도 백신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는 신호가 분명 있었을 텐데 이제야 보여주기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남의사회 마상혁 감염대책위원장 또한 “항의를 한다고 모더나의 태도가 바뀔 수 없다”며 “항의한다고 백신을 먼저 공급해주면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모더나 백신 수급 차질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화이자에 비해 규모가 작고 신생 회사인 모더나의 경우 정상적인 백신 생산·공급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데다, 우리나라가 계약했을 당시 이미 한정된 모더나 백신 물량을 대량 선구매한 국가들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해 말 모더나 백신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됐을 때부터 정상적인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며 “바이오벤처인 모더나의 경우 뒤늦게 스위스 론자와 협업해 백신 생산 공장을 확보했고, 당초 계획 물량인 10억회분 중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선구매해서 선점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 “접종 간격 변경 당연시해선 안 돼… 원칙 정하고 공개해야”
당장 이번 달 모더나 백신 2차 접종 대상자부터 접종 간격이 급하게 조정되면서 정상적인 면역체 형성 등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는 해도, 이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일 뿐 기존 지침에 따라 접종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접종 효과를 보일지 알 수 없다는 이유다. 마상혁 위원장은 “백신접종은 기존에 정해진 기간대로 접종을 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권장되는 기간보다 늦게 맞는 것 또한 일반적으로 허용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원칙 없이 접종 기간을 바꿔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종기간이 연장된다고 백신 부작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있는 일이므로 잘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할 백신 간격 조정이 당연시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교수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또한 (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원칙적으로는 3주며, 특별한 상황에 한해 6주까지 가능하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3주를 지키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6주라고 정했는데 예외적인 상황을 일상적인 것처럼 당연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적으로 3주와 6주를 비교했을 때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한 결과가 없음에도, 너무나 쉽게 접종 간격을 늘리거나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