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HPV 접종’ 결심한 남성… ‘나이 제한’ 걸렸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만 26세 이상이더라도 맞는 게 이득

▲ 만 26세 이상 남성이라도 HPV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사진=‘가다실9’ 유튜브 캡처


“나를 위해 남자들도 가다실9를 꼭 기억하자”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인 가다실9 광고에서 만 37세 남성 배우 정경호가 하는 말이다. 가다실9는 자궁경부암은 물론 남성에게도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자체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만 37세 남성 이모씨는 이 광고를 보고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하던 중 남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접종 대상 나이가 만 26세까지인 걸 알게 됐다. 이모씨는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아도 되는 걸까? 된다면 대상 나이는 뭘 의미하는 걸까?

◇질병청 “HPV 예방주사 대상 나이는 만26세까지”
먼저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로 알려진 HPV 예방 주사로는 2가 백신인 서바릭스, 4가 백신인 가다실, 9가 백신인 가다실9가 있다. 2가, 4가, 9가는 각각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 개수다. HPV는 생식기 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200개 이상의 종류가 존재하는데, 그중 40개 정도가 성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예방 주사는 그중에서도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높은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하는데, 가다실9의 경우 자궁경부암 예방률이 90%에나 달한다.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없고, 1년 이내 자연 소멸한다.

질병관리청에서 고지하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남녀 구분 없이 서바릭스 접종 대상은 만 9~25세까지, 가다실, 가다실9는 만 9~26세까지다. 여성의 경우 만 26~45세까지도 효과가 있다고 입증돼 대상을 만 45세까지로 보고 고지하는 경우가 많다.

◇백신 대상 나이는 임상 연구로 정해져
대상 나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정해진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유영 교수는 “대상 나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예방 효과가 증명된 나이라는 뜻”이라며 “남성 만 26세 이상은 임상시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대상에서 빠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을 하려면 약 100명~1만명 이상의 연구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적, 시간적 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연구를 설계할 때 아예 특정 나이만 대상으로 두고 연구한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는 “이전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효과가 있으려면 성관계 전에 맞아야 한다고 봤다”며 “따라서 면역력이 있으면서 성관계 경험은 없는 나이대인 만 9~26세를 대상으로 연구가 활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경우 인유두종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을 확률이 높아 백신을 접종해도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임상 시험을 통해 성경험이 있어도 예방효과가 높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만 26세 이상이더라도 맞는 게 이득
대상 나이에 속하지 않더라도 원하면 예방 주사를 접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맞으라고 권장한다. 이유영 교수는 “만 26세 이상 남성이라도 맞는 걸 추천한다”며 “이론적으로 봤을 땐 그 효과가 떨어질 수는 있어도 예방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남성에게는 HPV 16, 18, 31, 33, 45, 52, 58형에 의해서 항문암, 두경부암 등이, HPV 6, 11형에 의해서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서바릭스는 16, 18, 가다실은 16, 18, 6, 11. 가다실9는 16, 18, 6, 11, 31, 33, 45, 52, 58번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에 예방 효과가 있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이승호 교수는 “맞으면 좋다”며 “실험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뿐 모든 연령대에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기훈 교수는 “효과는 좀 떨어질 순 있지만 맞아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손해 볼 것은 전혀 없다”며 “남성이 HPV 예방 주사를 맞는 건, 자신의 질환을 보호하려는 것도 있지만 함께 성관계하는 상대방을 보호하는 데도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기훈 교수는 “상대방이 이미 HPV에 감염됐다면 효과가 없지만, 감염이 안 됐다면 성관계 경험이 있든 없든 서로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며 “감염 여부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상 시험으로 어느 정도 입증된 건 만 45세까지지만, 그 이상의 나이라도 맞으면 노출되지 않은 HPV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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