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세브란스 연구팀, '피부 색소침착' 치료 가능성 확인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8/04 10:27
국내 연구팀이 여드름 후유증, 검버섯 등 피부 색소침착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 교수는 미국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피셔 교수·스위스 바젤대학 엘리자베스 로이더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UV-MITF 발현 의존성 멜라닌 형성 경로와는 독립적인 산화·환원 조절 효소인 NNT(nicotinamide nucleotide transhydrogenase)를 매개로 하는 피부색소침착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사람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멜라닌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자외선 및 유전·후성학적 요인이 멜라닌 세포에 영향을 미쳐 피부색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의 멜라닌 형성 및 색소침착 메커니즘과는 다른 산화·환원 조절 효소인 NNT를 매개로 한 색소침착 및 멜라닌 형성의 새로운 기전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산화환원 대사가 피부색소 침착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가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쥐와 제브라피시 및 사람 피부조직을 이용한 연구, 다민족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산화·환원 조절 효소인 NNT를 표적하는 것이 세포 내 산화·환원 과정에서 피부색소와 관련이 있는 티로시나제 분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먼저 연구팀은 실험동물에서 NNT 기능 변화에 따른 피부색 변화를 증명했으며, 마우스모델에서 NNT에 소분자 억제제를 투여하자 NNT의 기능이 감소한 마우스의 피부에서 색소침착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인간의 멜라닌세포와 유사한 제브라피시 모델에서는 NNT의 유전자 변형을 유도했을 때, 멜라닌 색소 침착의 정도가 NNT 레벨에 따라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한 영국, 라틴 아메리카 동부, 남아프리카 등 4개의 다양한 인구 집단에 속한 참가자 46만 2885명을 대상으로 다민족 코호트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이 분석을 통해 인간의 피부색, 태닝, 자외선 차단제 사용이 NNT 내의 다양한 단일 뉴클레오티드 다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더불어 피부 염증 후 색소침착과 검버섯이 있는 피부에서는 NNT 표현 레벨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이는 NNT의 감소로 인한 산화 의존적 색소침착 메커니즘이 티로시나아제 단백질의 안정성과 멜라노솜 성숙을 조절함으로써 색소침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통적인 UV-MITF 메커니즘과 독립적인 피부색소 침착 메커니즘을 규명해 산화환원 대사가 피부색소 침착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갖는지를 확인했다”며 “새롭게 규명된 산화환원 의존성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피부색소 침착에 영향을 미치는 NNT 억제제를 활용해 피부 미용 및 의료적 차원의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셀(Cell)’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