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무조건 요양원? 재활치료로 일상 누릴 수 있어"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치매재활 명의'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



 



치매 환자들이 주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재활치료'에는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 치매 치료의 방향은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경도의 치매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치료가 주목받는다.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아 재활의학과뿐 아니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재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에게 치매 재활치료에 관해 물었다.

▲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매 환자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일상생활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재활은 포괄적인 치료 개념이다. 환자마다 인지 장애의 정도는 다르고, 일상생활에서 수행하고자 하는 목표도 다르다. 예컨대 환자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수도, 집안일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환자와의 충분한 상담과 평가를 통해 원하는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재활치료의 목적이다. 치매는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잔존 능력을 이용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지향적' 치료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종류, 혹은 얼마나 악화된 환자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한가?
모든 질병이 그렇듯, 치매에도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 등으로 나뉜다. 재활치료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환자는 경도나 중등도 정도의 치매 환자다. 치매 말기이거나 증상이 아주 심한 분들의 경우, 보통 집에서 일반인이 간병하기는 어려워 요양시설로 많이 가는 편이다. 아주 심할 경우 이상 행동을 많이 하는데, 이땐 재활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심하게 진행되지 않은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하고 있다.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는 어떻게 다른가?
약물치료의 관련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게 비약물적 치료다. 약물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비슷한 약물을 투약해 병이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반면, 재활치료는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해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재활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주의력, 기억력, 시·공간력, 언어력 등을 평가해 환자가 향상하고자 하는 부분을 맞춤형으로 치료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 김대열 교수가 치매 환자의 인지치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보통 환자들은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는가?
그렇다. 대부분 재활의학과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치매 약물도 함께 복용한다. 아쉬운 것은 약물치료보다 '재활치료'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부족한 현실이다. 치매 진단 직후, 발병 초기에 재활치료를 받으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재활치료로 도움을 얻고 있는 만큼, 치매 재활치료에 대한 인식이 더 많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치매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선 어떤 병원을 찾아야 하나?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역별 거점 치매센터를 많이 만들고 있다. 이런 곳에서도 재활치료와 비슷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주 체계적이지는 않다. 또한 대부분 그룹치료로 진행되는데, 앞서 강조했듯 재활치료는 '개별 맞춤형' 접근이 중요하다. 1대 1 치료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상급종합병원의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경도나 중등도의 치매 환자이기 때문에 입원치료는 필요 없고, 주로 외래 통원으로 주 1~2회 치료를 받는다. 재활의학과 의사뿐 아니라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가 주체가 되어 환자와의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며 장기간 서서히 치료를 진행한다.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얼마나 자주 방문해야 하나?
재활치료는 가능한 한 많이 할수록 좋다는 게 정설이긴 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병원 환경에서 매일 몇 시간 동안 치료를 받기는 어렵다. 보통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30분~1시간 내외로 치료를 받는다. 컴퓨터 등을 활용한 일상생활 동작훈련, 재활치료사와 함께 하는 인지훈련 등이 주로 이뤄진다. 만약 불안증, 행동학적 장애 등 심리적 문제가 있는 환자라면 심리치료를 병행해 치료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다. 집에서도 간병인과 함께 시도해볼 수 있도록 숙제를 준다. 지방에 거주해 자주 오기 어려운 분들은 교육을 위주로 하고, 거점 치매센터에 연결해 드리기도 한다.

▲ 치매 재활 프로그램 'Reha-Com(레하콤)'을 이용해 모의 쇼핑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 치매 재활 프로그램 'Com-Cog(콤코그)'를 통해 주의력과 기억력을 훈련할 수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치매 재활치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재활의학과 의사, 인지재활 주도하는 작업치료사, 언어재활치료사, 임상심리사 등이 함께 팀을 이뤄 치료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인지치료는 'Reha-Com(레하콤)'이나 'Com-Cog(콤코그)' 같은 의료용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림으로 단어를 기억하게 하거나, 단어로 그림을 기억하게 하는 등 방법으로 진행된다.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며, 매번 데이터가 저장돼 병의 진행과 호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단순 기억뿐 아니라 쇼핑 등 일상생활 동작 훈련도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비약물치료가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는 게 사실인가?
의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근거'다. 재활이나 인지중재치료 등은 약물치료와 마찬가지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고, 수가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비약물치료보다 약물치료가 앞서 나왔기 때문에 비약물치료만의 효과를 밝힌 연구는 없다. 다만,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한 그룹과 약물치료만 받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치매 진행속도가 늦춰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비약물치료를 받는 그룹은 증상이 심해져서 요양시설로 가는 비율도 낮았다.

-​치매재활을 위해 '운동'도 중요하다던데, 이유는 무엇인가?
운동은 뇌로 향하는 혈류를 증진하며, 인지기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운동이 치매 진행을 늦춰준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따라서 치매 재활에서 운동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며 운동 중에서도 어떤 운동이 좋은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예전엔 가벼운 운동만을 권했지만, 최근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근력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치매는 신체기능도 저하할 수 있으므로 낙상, 근감소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력운동을 병행해주면 좋다.

▲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근 AI, VR 등 신기술을 이용한 치매 치료도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인지훈련 측면에서 신기술을 이용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 동작 훈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상생활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병원 환경에서는 동작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에서 환자를 데리고 직접 쇼핑을 하거나, 은행에 가거나, 요리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동작 훈련을 위한 VR을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향후에는 치매 환자를 위해 VR 센터나 클리닉을 운영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치매 재활법은 없나?
환자나 보호자들이 '집에서 뭘 해야 하는지'를 많이 묻는다. 인터넷이나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나 영상 등이 일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병원에서 받는 재활치료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집에서 무턱대고 시도하다간 환자가 재활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주 오시기 어렵더라도 병원에 방문해 재활에 관련된 기본 개념을 숙지한 후, 치료사와 1대 1 환경에서 치료받길 권한다. 자주 오기 어려운 환자에겐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과제를 주기도 한다.

-치매 환자에게 가족은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환자를 위한 측면에서는 느긋하게 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치매는 절대 완치되지 않으며, 서서히 나빠진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느긋하게 대처하며 환자의 잔존능력에 맞춰 그 정도의 것만 요구해야 한다. 다그치거나, 잔소리하거나, 화를 내선 안 된다. 환자를 다그치면 치료를 거부할 수 있고, 그러면 재활치료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가족 관계가 원만해야 환자의 참여도가 높아진다.

▲ 치매 환자에게는 최대한 느긋한 마음을 갖고 대해야 치료 참여도가 높아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치매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가 다양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병원, 거점 치매센터, 여러 전문분야에 따라 많은 다양한 치료 영역이 있다. 여러 분야를 잘 알아보셔서 종합적으로 치매 치료를 받으시길 바란다. 치매는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초기엔 환자 스스로가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만큼 보호자가 환자를 다독이며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스트레스도 잘 관리하시길 바란다. 10년 넘게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호자 자신이 돌아가신 환자분의 사례도 봤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돌보고 싶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가끔은 완전히 내려놓고, 잊고, 쉬어야 한다. 주 보호자라면 반드시 그렇게 하시길 당부하고 싶다.

▲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대열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앞에 나서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성격이라 생각해 재활의학과를 택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전공의, 보라매병원 임상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교실 교수로 재임 중이다. 활발한 학술활동도 이어왔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은 50편 이상. 단 1편의 논문을 쓰더라도, 환자의 치료에 꼭 필요한 것을 써야 한다는 소신을 이어왔기 때문일까. 2005년에는 미국신경재활학회 최우수 포스트상을, 2008년에는 대한재활의학회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자신을 보러 오는 환자들에게 손 한번 잡아보며 '어떻게 지내셨어요'라고 묻는 것 또한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의사다.
지니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