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 딸 뻔했네’라는 하향식 사고 덕분

이미지
은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로 인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에선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1등부터 3등까지 각각 금·은·동메달을 수여 하는데, 금메달 다음으로 기뻐야 할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오히려 울상인 경우가 있다. 희한하게도 은메달보다 덜 기쁠 것 같은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오히려 환호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기대치 높으면 '실망감', 낮으면 '안도감' 느껴
심리학자들은 이미 올림픽 메달 수상자들의 감정에 관해 연구해온 바 있다. 수상자들의 표정을 분석한 과거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동메달 수상자가 은메달 수상자보다 행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 칼슨대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상한 67개국 413명 선수의 시상식 사진을 표정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연구팀은 동메달 선수가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이 상반된 '기대치'로 인해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에 따르면 은메달 수상자는 주로 '상향식 사후 가정 사고'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식의 더 나은 결과를 가정하는 사고법이다. 주로 상향식 사후 가정 사고는 실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반대로 동메달 수상자는 '하향식 사후 가정 사고'를 가졌다. 이는 '~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식의 생각으로, 더 나쁜 결과를 가정하는 사고법이다. 상향식과 반대로 안도,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정리해보면 은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후회하게 되지만, 동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방심했다면 메달을 따지 못했겠다"라는 생각으로 기쁨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1등만 목표로 하면 좌절… 작은 목표부터 달성해야
연구를 주도한 윌리엄 헤지콕 교수는 "위와 아래를 비교한다는 개념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라며 "직장과 학교의 성과 등 삶의 여러 측면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측면에서도 적당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달성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좌절을 쉽게 맛보게 되므로 우울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교수는 마음속 두 가지 '양식(樣式)'를 적절히 사용해 기대치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행동양식(doing mode)'과 '존재양식(being mode)'이다. 행동양식은 행복해지기 위해 '전교 1등' '좋은 회사에 취직' 등 특정 목표를 향해 무조건 나아가는 방식이다. 반대로 존재양식은 현재 본인의 상황과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행동양식 방법으로 확실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존재양식 방법으로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공부 계획을 세운다면, 대학 입학처럼 멀리 있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영단어 10개 외우기' 등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부터 세우는 게 좋다. 작은 성취들이 모이면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조성준 교수는 "현재 나의 상태를 잘 파악해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운다면 성취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존재양식을 적절히 활용해 자신을 보듬어 줘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