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우울한데, 우울하지 않다? '가면 우울증' 주의를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7/18 20:00
우울증이 생기면 당연히 '우울감'이 증상으로 나타나리라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우울증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이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가면 우울증'에 걸렸을 때다. 우울증 상태임에도 티 나지 않게 찾아온다는 탓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면 우울증, 어떤 병일까?
가면 우울증은 환자의 우울증이 마치 가면을 쓴 것과 같은 상태를 말한다. 분명 우울감이 심하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임에도 스스로는 우울하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울하기는커녕 지나치게 명랑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반대로 우울증이 아닌 '조증'으로 오해하기도 쉽다. 평소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가면 우울증이 생기면 마음의 우울감이 아닌 신체의 다른 곳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두통, 수면장애, 피로감, 식욕 저하, 이유 없는 통증 등이다. 신체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호소하며 정형외과 등 다른 과 진료를 보기도 한다. 뚜렷한 병적 요인이 없는 데도 계속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는 '건강염려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환자의 나이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은 짜증과 반항으로, 중·장년이라면 화병, 공허감, 의심증 등으로 나타나는 식이다. 노인들의 경우 불면증, 주의집중력,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잦다. 급격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 '가성 치매'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성 치매는 '가짜'로 나타나는 치매이므로, 우울증이 좋아지면 함께 개선된다.
따라서 딱히 우울감이 느껴지지 않고, 검사 결과 특별한 신체적 문제가 없는 데도 앞선 증상들이 지속해서 나타난다면 가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면 우울증 치료는 우선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우울증이 부끄럽거나, 숨길 병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주위 가족이나 지인이 함께 돕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