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확진자 급증 2030탓? 진짜 원인은 "백신 부족"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7/13 09:50
6월 중순 접종자 100만명 상회…7월 12만명 수준 급감
백신 잔여량 300만 회분도 안돼…모더나 반나절만에 예약 중단
백신 물량 추가 확보해야 4차 대유행 잠재워
7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델타형 변이 감염자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20~30대를 중심으로 한 방역수칙 위반을 지목하고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나섰다. 역대급 확진자 발생의 원인은 정말 2030의 해이함 때문일까?
◇늘어난 확진자… 한 달 새 무슨 일 있었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해온 지난 한 달 간 일일 백신 접종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제공한 2021년 6월~7월 초 일일백신접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6월 7일 일일 백신 접종자 수는 91만5289명이었다. 6월 10일과 11일, 14일 일일 백신 접종자 수는 10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6월 21일 일일 백신 접종자 수가 16만명대로 감소했고, 7월 이후 일일 접종자 수는 12만명 수준으로 하락했다.
1차 접종자 수 감소세는 더욱 심각하다. 6월 한때 일일 1차 접종자 수는 89만4600명 수준을 기록했으나, 6월 21일에 4만7000명대, 6월 28일에는 1만3000명대로 줄었다. 7월에는 1차 접종자 수가 급격히 줄어 7월 1일 4383명, 12일 470명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자 감소 시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시기와도 맞물린다. 확진자는 7월 초 급증했고, 12일 현재 일일 확진자는 6일 연속 11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급증 원인 '백신 부족'
질병관리청은 1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4차 대유행의 원인을 20~30대의 방역수칙 미준수로 지목했으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백신 물량 확보 미흡이 현 사태의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 접종속도를 유지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질병청은 백신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계획대로 접종하고 있으나, 3차 유행과 달리 20~30대 확진자 비율이 26%에서 41.9%로 상승하는 등 젊은 세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질병청의 발언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백신 도입 현황과 계획에 근거한다.
중대본이 12일 조명희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백신 도입 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7월 말까지 10만1000회분 얀센 백신을 도입하고, 8~9월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3만5000회분(코백스 계약물량)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4분기에는 총 9000만회 분의 백신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나 제약사와 공급일정과 일정 공개 여부를 협의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절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접종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을 확보했다고 하나, 물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예정보다 접종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국내 백신 잔여량은 300만 회분이 채 되지 않는다. 11일 0시 기준 국내 잔여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25만2400회분 ▲화이자 212만1700회분 ▲모더나 41만1400회분으로 총 278만5500회 분이다.
한림대학교병원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하루에 100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우리나라 보건의료 역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백신 재고량은 하루 만에도 다 소진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현재 백신 재고물량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이는 접종 속도를 늦춘 것일 뿐 물량이 절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12일부터 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된 만55~59세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물량부족으로 인해 반나절 만에 중단됐다.
정기석 교수는 "백신물량만 충분했다면 빠르게 고위험군은 물론 20~30대까지 접종이 가능했을 것인데 물량이 없어서 접종 속도가 늦어졌고, 지금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A 대학병원 B 교수는 "정부가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그는 "백신 접종률 향상을 위해 이달 초까지 일반인 대상 mRNA 백신 접종센터를 개소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준비를 마쳤으나, 백신 물량부족으로 인해 백신이 공급되지 못했고 결국 접종센터 개소를 8월 초로 미룬 상태다"고 밝혔다. B 교수는 "접종 준비는 다 되었는 데 백신이 없어서 접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야당에서도 지적하는 사항이다. 약물학 박사 출신이기도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현재 설치된 278곳의 접종 센터는 1일 18만명 이상을 접종할 수 있는데도 지난 일주일간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하루 평균 6만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백신이 부족해 갖춰진 시설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황당무계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2030 탓할 시간에 백신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책임을 20~30대에게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책임 떠넘기기보단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것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백신물량 부족이다"고 밝혔다. 김봉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속도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인데 물량이 없어서 접종하지 못하고 있으니 확진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백신물량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4차 대유행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재 감염자가 급증한 것은 처음부터 백신물량 계약을 잘못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2030을 탓할 게 아니라 더 빨리, 많은 백신 물량을 확보하려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는 게 지금 정부가 할 일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