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똑같이 위험할까? 연구 안돼 모르는 걸 수도"
최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코로나19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까지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성별 변수'가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시급한 상황에서 남녀 차이를 고려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향후 감염병 연구에서 남녀 간 차이를 고려한다면 정밀의학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 연구 4500건 중, 4%만이 '성별 변수' 고려
우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자. 독일 빌레펠트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병원, 덴마크 오르후스대·코펜하겐대 등 연구원들이 포함된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표된 관련 연구 44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과정에서 성별을 변수로 고려해 분석한 연구는 약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의 연구가 모집 기준에서 성별을 나누어 받긴 했지만, 변수 요인으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2.8%(124개)의 연구는 남성 혹은 여성 한 성별의 참가자만을 모집해 연구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성별에 따라 눈에 띄게 다른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발병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연구에 있어서 성별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남녀 간의 차이가 애초에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밝혀지지도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를 주도한 라드바우드 대학병원 사비네 오에스텔트 피그니온 박사는 "코로나19 여성과 남성 환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에는 차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는 남성에게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여럿 나온 바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면역 세포 활성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면역기능을 하는 T세포가 줄어드는데,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감염 위험이 더욱 크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서비스직이나 간병 업무 등으로 인해 감염 노출 상황에 많이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시간 부족 탓… 향후 성별 연구로 치료 발전할 것
연구팀은 그동안 코로나19 연구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신속한 연구 발표를 위해 성별 변수를 고려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사비네 박사는 "연구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가자를 필요로 하고, 모집하기 위한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감염병이 퍼지는 초기 단계에서 시간 압박까지 이겨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생각을 내놨다. 성별 간 특이한 차이가 있는 감염병이 아닌 이상, 초기부터 성별 차이를 연구할 필요성은 적었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예컨대 요로감염은 남녀 간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질병 양상에도 확실한 차이가 있다"며 "코로나19가 특정 성별에 더 많이 침투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남성 환자에서 코로나19 중증도가 높았던 것은 흡연율 차이가 원인으로 보인다"며 "초기부터 성별 차이를 연구할 필요성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까지 성별 차이를 연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더 좋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성별 고려 연구는 분명 의미가 있다. 김봉영 교수는 "향후 맞춤의학, 정밀의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성별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비네 박사는 "코로나19 연구에서 성별 차이를 무시하면 언젠가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성별 차이를 고려하는 것은 개인 맞춤형 의료를 향한 필수적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