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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그늘 ‘보복 소비’… 우울한 마음 살펴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명품 열풍 등 비합리적 소비행태 급증
우울한 마음에 대한 보상 심리로 소비
보복 소비 반복되면 ‘쇼핑 중독’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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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소비가 쇼핑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진짜 쇼핑 중독인가 봐요. 멈추지 못하겠어요.”

직장인 A씨(52)는 매일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약속이 줄어들면서 저축한 돈을 조금씩 자신을 위해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코로나19 이전보다 한 달 소비량이 늘었다.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동행 세일,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을 내놓으며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마침 청년층에서는 SNS 등을 통해 ‘돈을 자랑하다’라는 의미의 ‘플렉스’라는 단어가 유행하며 과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 번에 폭발하는 ‘보복 소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쇼핑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뿐더러 정신적인 문제의 잘못된 표현 방법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합리적 소비행태 ‘보복 소비’, 우울해서 나타나
보복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백화점 3사의 매출 증가율은 3개월 연속 30% 이상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고,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무려 16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다. 특히 명품 열풍이 거세다. 지난 4월 명품 매출은 57.5%나 증가했다. 샤넬은 폭발적인 인기에 이번 해에만 세 번째 가격을 올렸다. 소비에 대한 열망은 현실 세계를 벗어났다. 심지어는 가상현실(메타버스) 세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명품 가방이 400만원에 호가하는 가격으로 교류되고 있다. 인하대 소비학과 이은희 교수는 “코로나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심해지니 현실을 반영한 가상세계에서 현실의 감정을 실현해 보복소비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소비는 자신의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보다는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소비행태를 보인다. 프로이드의 발달단계에 의하면 이는 퇴행행동을 보이는 구강기로, 손상된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4명 중 1명은 보복소비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응답자들은 보복소비의 가장 큰 이유로 ‘우울해진 마음에 대한 보상심리’를 들었다.

◇소비로 결핍을 채우려는 우울한 사람들
우울은 왜 소비를 부를까? 전문가들은 ‘결핍’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가천대 길병원 조서은 교수는 “정신역동의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로 닥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힘이 결핍된 개인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거액의 금액을 소비하는 걸 선택했을 수 있다”며 “행동만 보기엔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행동이 아니기에 어떤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서은 교수는 “소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과소비를 자랑하는 문화가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게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보복 소비를 유발하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정신역동은 개인의 과거 경험이 현재의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이다.

사회적 교류 결핍이 과도한 보복 소비를 유발했을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는 등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강조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억압돼 왔다”며 “SNS 등으로 자신이 산 값비싼 물품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관심을 받아 코로나로 인한 불안함을 줄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보복 소비, 반복되면 중독 될 수도…
문제는 보복 소비가 반복이 되면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중독으로 넘어갈 소지가 많다고 본다. 전홍진 교수는 “소비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과시가 목적이 되면 과소비가 반복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은 교수는 “쇼핑으로 쾌감을 느낀다면 뇌의 보상회로가 작동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품을 샀을 때 만족감이 큰 것으로 끝난다면 괜찮지만, 더 좋은 다른 물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중독을 유발하는 회로가 작동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뇌 속 중뇌피질번연계에서는 쾌감을 느끼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욕구가 충족 됐을 땐 다시 쾌감을 유발한 행동을 찾게 된다. 반복할수록 회로가 강화돼 중독으로 이어진다. 조서은 교수는 “유익한 상응 정도는 괜찮지만, 충동이 강해지면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데도 계획 없이 행동하게 될 수 있다”며 “보복 소비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가 과할 땐, 에너지 전환해야
소비가 과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보복소비를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얼마나 사용했는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조서은 교수는 “소비가 많아졌다고 느끼는 사람 중에서도 중독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소비행태를 따져보고, 인지만으로 행동 수정이 힘들 땐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를 끊고 싶다면 자극에 노출되는 걸 아예 피해야 한다. 쇼핑몰 홈페이지나 앱을 삭제하고, 혹여 꼭 필요해 소비를 하게 된다면 도파민이 분비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산 목록을 꼼꼼히 기록하는 등 소비를 완료했다는 느낌을 주는 행위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전홍진 교수는 “더 사고 싶은 욕망을 다른 데서 발산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고 싶을 때마다 운동을 하는 등 에너지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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