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죽음도 고통도 그들에겐 조회수… 심리학자가 본 ‘사이버렉카’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이슈 때마다 등장… 유튜브에 허위 사실 유포
오로지 조회수 때문, 자극적·엽기적 내용 만들어
반복적 거짓말… 정신과적 질환으로 발전
소비자가 정보 판별력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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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하는 유튜버들에게 공통적으로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무감각하고 도덕적 가치 판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여러 사회적 이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이버렉카’다. ‘유튜버’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이들은 사고 현장에 신속히 나타나는 렉카처럼 이슈만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 가짜뉴스를 찍어낸다. 이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이나 죽음도 오로지 조회수, 돈벌이 수단이 된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무감각하고 비도덕적이며 망상에 빠지도록 했을까. 심리학 전문가는 그들에게서만 원인을 찾아선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이슈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허위사실 유포
최근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청년들의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그리고 이때마다 자극적인 내용의 허위 사실을 만들어 유포하는 ‘사이버렉카’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사이버렉카란 특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조회수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허위 영상을 제작·배포하는 이슈 유튜버들을 이르는 말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재빠르게 모여드는 모습이 ‘렉카’(견인차)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사이버렉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상을 만드는 이유 자체가 사실 확인이 아닌 조회수에 있다 보니, 영상 속 내용 또한 사실 확인이 안 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다. 실제 일부 사건은 사건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만들고 유포한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가 함께 진행되기도 했다.

◇조회수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어
사이버렉카의 목적은 단 하나, 조회수를 높이는 것이다. 그들에게 조회수는 곧 ‘돈’이다. 조회수를 높여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영상보다 돋보여야 하며, 이를 위해 계속해서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내용들을 거짓으로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주변인들의 고통, 거짓 사실 유포로 인한 처벌, 사회적 파장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그들(사이버렉카)의 관심은 오로지 조회수를 올리는 것에만 집중돼 있고, 윤리나 도덕적 가치, 피해, 파장에는 관심이 없다”며 “행동이 반복될수록 이 같은 성향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끼리도 나름대로 의식하고 경쟁을 하다 보니, 수위를 높여 결국에는 불법적인 일까지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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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난 여러 사건과 관련된 허위 사실들이 일부 유튜버들에 의해 제작, 유포되고 있다./유튜브 캡쳐

◇타인 입장·감정, 도덕적 가치 등에 무감각… 점점 심해져
전문가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당사자의 입장·감정이나 거짓말, 불법 등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감정, 법적인 처벌을 신경 썼다면 쉽게 이 같은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존에 이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허위 영상을 만들고 조회수를 올리는 일에 빠져 성격이 변할 수 있다. 곽금주 교수는 “본래 성격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외에는 무감각한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 조회수와 수익을 올리는 데만 몰입해 변하는 경우도 있다”며 “직업병으로 인해 사람이 변하는 것과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심리는 일부 범죄자들의 심리와도 닮아있다. 돈을 벌기 위해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경우 범죄로 인한 처벌과 피해보다는 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특정 행위(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수익)과 비용(처벌, 피해) 중 이득만을 고려하는 것이다.

◇허언증·망상장애? 전문가 “증상 유사하지만 원인은 아냐”
일각에서는 이들을 두고 반사회적인격장애나 망상장애, 공상허언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인 ▲반복적인 거짓말 ▲공격성 ▲무책임함 ▲사실에 대한 왜곡된 해석 등은 앞서 언급한 정신과적 질환들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다.

전문가는 정신과적 질환과 증상은 유사할 수 있으나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정신과적 질환이 있어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특정 성격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정신과적 질환이 의심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공상허언증 전조 증상이 있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그보다는 반복적인 거짓말이 습관화되고 신념이 돼 이 같은 성격이 만들어지고 더욱 심해져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끝없는 정보 습득 욕구, 사이버렉카 문제 지속시킬 것
정보 습득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이버렉카 문제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정보와 자극적인 내용에 잠시 피로를 느낄 수는 있으나, 늘 그랬듯 새롭게 이목을 사로잡을 콘텐츠들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이버렉카 역시 이에 맞춰 더욱 자극적인 양상을 띨 수 있다. 유튜브, SNS 등 기존 채널이 식상해진다면 새로운 채널에서 새로운 방식의 사이버렉카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곽 교수는 “인간은 남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알고 이를 알려줄 때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며 “이로 인해 늘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하고, (사실이)아닌 것을 알면서도 새로 듣게 된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버렉카는 사람들의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며 “문제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 거짓된 내용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또 다시 수많은 생산자와 콘텐츠가 생겨나면서 전체적인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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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렉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규제 강화, 유튜버들의 자정 노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정보 판별 능력을 기르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유튜브 캡쳐

◇“정부·유튜버 노력만으론 안 돼… 정보 판별력 길러야”
전문가들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는 물론, 생산자(유튜버)와 소비자(일반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처벌·규제 강화에 나선다고 해도,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당사자들의 노력 없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유튜버의 경우 서로 진위를 가려내고 비판하는 등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특정 이슈를 알리고 나아가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정확히 밝혀낸다면, ‘공론화’와 ‘정보 전달’이라는 순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

정보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올바른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 많은 노력이 있다고 해도, 소비자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결국 생산도 멈추지 않는다. 곽금주 교수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가짜 뉴스를 더욱 양산시키는 셈”이라며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그들(사이버렉카) 역시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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