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1년간 자살률 감소, 재난 영향 2~3년 후 나타나
코로나19 감염자 등 취약군 정신건강 지원해야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블루가 심화했던 2020년이었지만, 자살자 수는 2019년보다 다소 감소했다.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는데도 자살률이 증가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진짜 후유증은 최소 2년 후에 나타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왜 코로나19의 영향이 2년 후에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일까?
◇'코로나 블루' 위기 속 자살률은 왜 감소했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산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잠정치 기준 1만3018명으로 2019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홍콩 사스, 중동 메르스, 일본 쓰나미, 동일본 대지진 등 재난이 발생한 직후에도 자살률은 바로 증가하지 않았다. 대개 재난이 발생한 지 2년 후부터 자살률은 증가했다.
NEJM(199)에 따르면, 쓰나미와 911 후 미국에서는 자살의 증가가 없었다. 동일본 대지진 후 미야기지역은 첫해에는 감소하다가 2년 후 증가했다. 홍콩 사스 이후에도 1년간 노인자살이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재난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상황에 적응하고 대응에 집중하느라 자살률이 바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정신적 트라우마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때 자살률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생기며,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던 해외에서는 벌써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질병으로 인한 국지적 재난이었던 홍콩 사스, 중동 메르스 등과 달리, 코로나19는 스페인 독감에 비견될 만큼 전 세계적인 재난인데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정신건강 문제가 언제 후폭풍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수년 후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지금부터 시작해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코로나19로 인한 자살률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특정 집단을 선별하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돌봄은 물론, 동시에 국민 전반적으로 높아진 우울감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특히 커 집중 지원이 필요한 집단으로는 ▲코로나19로 직접 타격을 받은 자(감염자, 코로나로 인해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 등) ▲생계에 큰 타격을 받은 사람(식당, 노래방 등 자영업자) ▲학생 ▲기존 정신질환자가 지목됐다. 이들은 코로나19 기간에 일반인보다 훨씬 큰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집단이다.
전홍진 교수는 "특히 학생들의 경우 사회화를 익힌 다음 사회적 네트워크가 단절됐지만,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사회화도 배우지 못한 채 고립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화는 절대 온라인만으로는 형성될 수 없는데, 이미 비대면이 더 익숙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어 아이들이 대면사회·마스크가 없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본래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애인 ▲양육부담이 큰 여성 ▲대인서비스 직종 등에 대한 정신건강 지원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백종우 교수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매우 협조를 잘해준 덕분에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만큼 지역사회와 사각지대의 손실이 컸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한국인의 자살 주요 원인은 정신과적 문제, 경제적 문제, 건강 문제인데 코로나19가 이 모든 것에 악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것처럼 코로나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해야 수년 후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가 지금부터 이뤄져야만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자·완치자 혐오 멈춰야
코로나19로 인한 자살 예방, 정신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 감염자와 완치자에 대한 혐오를 중단하고,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정신건강 지원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불가피한 접촉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와 완치자에 대한 혐오는 사회 구성원 전반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뿐이라고 봤다.
백종우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은 손해를 감수할 만큼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에 다른 나라보다 감염자 수가 적었고, 그래서 감염자에 대한 혐오감정이 큰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해외에서는 코로나 감염자·완치자에 대한 혐오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 19는 이제 어쩔 수 없이 감염될 수 있는 질환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자와 완치자에 대한 혐오는 오히려 그들을 숨게 하여 방역을 방해할 수 있기에, 이들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전홍진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자의 트라우마, 낙인효과를 잘 해결해야만 사회 전반의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게 굉장히 위험한데, 이들은 이미 사회적 고립을 겪었기에 고위험군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