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이게뭐약] 피임약 먹었더니 여드름이… '이 약'으로 바꿔야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7/03 14:00
피부질환 줄인 4세대 피임약 나와… 혈전 위험 주의해야
쾌적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전피임약 복용을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피임약은 제대로만 복용하면 피임 효과는 물론 생리 전 증후군(PMS), 여드름 등의 문제를 줄여준다. 하지만 간혹 피임약을 복용했는데 오히려 여드름이 악화했다거나, 붓기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피임약 먹고 여드름, 붓기 더 심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임약을 먹고 나서 여드름 등 피부질환이나 붓기 등 대사 문제가 생겼다면, 우선 먹는 피임약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3, 4세대 피임약으로 변경을 고려해보자. 보통 이러한 부작용은 2세대 피임약인 레보노르게스트렐 계열 피임약에 포함된 프로게스틴 성분 때문에 발생한다.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은 안드로겐 활성도를 높여 여드름, 다모증, 지질대사이상 등의 이상반응을 유발한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학술이사(약사)는 "2세대 피임약인 레보노르게스트렐에서 여드름, 붓기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줄인 3, 4세대 피임약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오인석 약사는 "현재 유통 중인 피임약은 2~4세대 약인데, 2세대에서 4세대로 갈수록 여드름, 부종 등의 안드로겐 활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3세대 피임약은 데소게스트렐, 게스토덴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4세대 피임약 성분으로는 드로스피레논이 대표적이다. 1세대 피임약은 고함량 호르몬 제제라 부작용 때문에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오인석 약사는 "4세대 피임약 성분인 드로스피레논의 경우, 이뇨작용이 있어서 부종과 체중감소에도 효과가 있고, 안드로겐 활성을 줄여 중증 여드름치료를 위한 약으로 처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여드름, 붓기 등의 부작용이 있다면 피임약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임약 복용 중 생긴 부정출혈, 당장 중단해도 될까?
피임약은 여드름이나 붓기 외에도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이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난다. 부정출혈이 생기면 자궁이나 난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불안해짐과 동시에 약을 중단하면 바로 생리가 시작될까봐 걱정이 커진다. 이럴 땐 전문가 상담을 통해 피임약을 교체해보자. A 피임약을 먹고 있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B 피임약으로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
오인석 약사는 "피임약 복용 중 생기는 부작용은 특정 성분에 의한 부작용일 수 있기에 의사·약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나서 다른 피임약으로 교체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 피임약을 교체하는 시기에는 사전피임약을 복용하면서 물리적 피임을 병행해야 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4세대 피임약이 제일 좋은 약이다?
그렇다면 4세대 피임약이 가장 우수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피임약의 세대 구분은 호르몬의 함량이나 성분 조합이 나온 시기 등에 따른 것일 뿐이다. 오인석 약사는 "4세대로 갈수록 안드로겐 활성 효과는 낮아지지만, 혈전·색전증 부작용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약은 각각의 부작용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2, 3세대 피임약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4세대 피임약은 반드시 의사 진료 후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세대 피임약은 정맥혈전색전증(VTE)의 위험이 커, 지속적인 의사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오 약사는 "흡연자 등 혈전이나 색전증 등의 위험이 크다거나 심혈관계 병력이 있다면 피임약 복용 전 진료를 받고, 4세대 피임약 복용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흡연자·유방암 가족력 여성, 사전피임약 복용 무조건 안 된다?
모든 피임약의 허가사항에는 유방암이 가족력이 있는 경우, 피임약을 신중하게 투여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흡연자도 마찬가지다. 흡연량과 나이에 따라 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져, 피임약 허가사항에는 만 35세 이상 흡연여성이 경구피임약 복용 금지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 약사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데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모니터링을 하며 복용할 수 있으나, 흡연자라면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임약을 복용하고자 한다면, 흡연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임약, 술과는 상관없을까?
흡연자는 피임약 복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사람은 피임약 복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오인석 약사는 "피임약 복용과 음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오 약사는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일반적인 부작용과 피해는 피임약 복용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단, 피임약을 술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피임약은 물과 함께 먹어야 한다. 오인석 약사는 "피임약은 크기가 작다 보니 물 없이 복용하거나 다른 음료 등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은 일정수준의 물과 만나야 흡수되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물 없이 피임약을 복용하면 약이 목에 걸려 염증이 생길 수 있기에 반드시 한 컵의 물과 함께 복용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