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적혈구와 백혈구 크기와 경직도 등에 심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후유증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MPG) 산하의 '막스 플랑크 물리학 의학 센터' 과학자들은 혈구의 생물물리학적 특성이 달라지면 세포로 적절한 양의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제한해 코로나19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17명, 회복 환자 14명과 비감염자 24명으로부터 모두 400만 개의 혈구를 분리해 검사했다. 자체 개발한 '실시간 변형성 세포 측정(RT-DC)' 기술을 이용해 백혈구와 적혈구의 기계적 상태를 검사했다. 이 기술은 좁은 채널을 빠르게 통과하면서 길게 늘어난 혈구를 전자현미경으로 고속 촬영한 뒤 주문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세포 유형별 존재와 크기, 변형 정도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쓰면 초당 1000개까지 혈구를 분석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요헨 구크(Jochen Guck) 교수는 “(RT-DC 기술 덕에) 적혈구와 백혈구에서 분명하고 장기간 지속하는 변화를 탐지할 수 있었다”며 “이런 변화는 급성 감염증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의 적혈구는 크기와 변형도 면에서 비감염자의 적혈구와 크게 달랐다. 코로나19 환자의 적혈구가 손상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폐의 혈관 폐색과 색전증(embolisms) 위험이 큰 이유를 설명한다. 혈구 세포의 물리적 특성으로 혈액순환 장애나 혈관 폐색이 일어나면 산소 운반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여러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검사 분석 결과, 코로나19 환자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획득 면역에 관여하는 림프구와 선천 면역에 개입하는 호중성 과립구(neutrophil granulocytes)가 모두 말랑해져 있었다. 이런 강한면역 반응은 심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혈구는 급성 염증이 생기고 7개월이 지난 뒤에도 심하게 변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면역세포의 기능 유지에 필요한 세포 골격(cytoskeleton)이 변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실시간 변형성 세포 측정’ 기술은 잠재적으로 코로나19의 일상적인 진단에도 쓸 수 있다”며 “미지의 바이러스가 몰고 올 미래의 팬데믹(대유행)을 조기에 알려 주는 경보 시스템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유명 과학 학술지 '바이오피지컬 저널(Biophysical Journal)'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