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화이자는 알약, 한국유나이티드·진원생명과학 흡입·스프레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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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이나 스프레이형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환자 치료는 물론, 확산 억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세계 제약사들이 알약, 스프레이 등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향후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질환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또한 전문 의료진 약물 주입이 아닌 알약, 스프레이 처방·복용을 통해 치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SD, 美 정부와 ‘먹는 치료제’ 공급 계약… 한국도 논의 중
다국적제약사 MSD는 이달 초 미국 정부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약 170만명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12억달러(1조3000억원)로, MSD는 긴급사용 승인 즉시 미국 정부에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몰누피라비르는 MSD와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캡슐형태 코로나19 치료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에 삽입돼 바이러스 복제를 막고 바이러스가 파괴되도록 유도한다. 복용 간격은 12시간이고, 일 2회, 총 5일간 복용해야 한다. 현재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 2상 임상에서 코로나19 환자 47명이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 비율이 0%(0명)로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 25명의 경우 6명에게서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약 복용과 관련된 이상 반응은 없었다.

MSD는 연내 임상 3상을 마치고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약 1000만명분 생산을 계획 중이며, 미국 외에도 여러 나라와 선구매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구매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협상 단계인 만큼 정부와 MSD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화이자, 연내 출시 목표… 대웅·부광 등 국내 기업도 임상 中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은 MSD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알약 형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치료제는 ‘프로테아제’라고 불리는 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가 복제되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프로테아제 억제제다. 현재 초기 임상 단계로, 연말까지 개발을 마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청·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캡슐, 정제 등 6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췌장염치료제로 사용해온 ‘호이스타’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으로 개발 중이다. 코비블록의 주성분인 카모스타트 역시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막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졌다. 이달 초 300여명 규모 임상 2b상의 환자 모집과 투약을 마쳤고, 효능·안전성이 확인될 경우 3분기 내 조건부 허가 신청과 함께 임상 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CG-CAM20, 2상) ▲뉴젠테라퓨틱스(뉴젠타파모스타트, 1상) ▲동화약품(DW2008S, 2상) ▲부광약품(레보비르, 2상) 등도 식약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아 기존 췌장염치료제, 천식치료제, B형간염치료제 등의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시험하고 있다.

◇흡입·스프레이 치료제 개발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알약이 아닌 흡입형, 스프레이 치료제를 각각 개발 중이다.

이달 초 임상 2상을 승인받은 ‘UI030’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로, 지난 동물시험을 통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최근 세포실험에서는 영국,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였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기존에 세포실험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 것과 같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확인됐다”며 “곧 브라질, 인도 등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GLS-1200’은 코에 분무하는 스프레이 치료제로, 천연물 단일성분을 분무해 산화질소(NO)를 분비시키고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당초 축농증치료제로 개발됐으며 현재는 코로나19 치료제로 FDA 임상 2상 승인을 받아 현지에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타미플루처럼 게임체인저 될까?… “효과 입증이 관건”
기존 치료제들이 있음에도 알약이나 흡입, 스프레이형 치료제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질환으로 자리잡을 경우, 약물 투입시간이 길고 전문 의료진이 필요한 기존 치료제만으로는 모든 환자를 치료하고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가 유행했던 당시 ‘타미플루’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알려지지 않은 적(코로나19)과 싸울 때는 무기가 많을수록 좋다”며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해서 감염병 치료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고, 백신이 개발·접종돼도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치료제는 필요하다”며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 개발 시도 또한 계속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알약·스프레이 치료제들이 타미플루처럼 사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증환자에게라도 확실한 효과가 확인된다면 약을 처방하고 외래 치료가 가능해져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엄중식 교수는 “새로운 약물의 불안요소는 결국 ‘효과’다”라며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을 통해 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