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10대 남성은 여성보다 HDL 콜레스테롤이 낮고, 혈압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단백연구원 조경현 원장이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한국인 10대 남녀 3441명을 대상으로 혈압과 HDL콜레스테롤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사춘기 이전에는 여성 청소년의 경우 10~19세 사이에 수축기혈압이 105mmHg 내외로 거의 동일한 반면, 남성 청소년들의 혈압은 10세 평균 106mmHg에서 19세에는 116mmHg로 꾸준히 상승하였다. 청소년 시기 동안 남성들의 혈압이 상승한 것과는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수치는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10세에는 평균 56mg/dL에서 15세에는 48mg/dL로 급감한 후 19세에 이르기까지 크게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여성청소년들의 HDL수치는 53mg/dL 근처에서 거의 동일한 값을 나타냈다. 청소년기에 나타난 혈압과 HDL수치에서 보이는 남녀간의 차이는 20대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보다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약 14.5% 더 높고, 반대로 평균 혈압은 남성(수축기혈압 121mmHg/ 이완기혈압 77mmHg)이 여성(수축기혈압 118mmHg/이완기혈압 74mmHg)보다 더 높다. 사춘기 이전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비슷한 수준의 HDL콜레스테롤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춘기 이후(15세 이후)가 되면서 남성들의 HDL콜레스테롤이 낮아지고 20세부터 여성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남성들의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자 생산에 HDL 콜레스테롤 소비
청소년기에 남성들의 HDL수치가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조경현 원장은 "HDL콜레스테롤은 남자의 정자 생산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환의 정자생산세포는 HDL의 콜레스테롤만 소비하고, LDL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소비하지 않는다. 정자생산세포는 남자에게 매우 중요한 기관이므로 특별한 장벽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이를 혈액-고환장벽(blood testis barrier, BTB)이라고 부른다. 마치 두뇌가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혈액 속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장벽인 혈액-두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HDL은 혈액고환장벽을 통과하여 정자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으나, LDL은 혈액고환장벽을 넘어갈 수 없다. 조경현 원장은 “남자는 사춘기때 왕성한 정자생산이 필요한데, 이 때 HDL의 콜레스테롤을 집중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15세를 전후로 남자의 HDL이 최저점을 보이게 된다”며 “사춘기가 지난 이후에도 꾸준히 정자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남성의 HDL콜레스테롤이 사춘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여성은 정자 생산이 필요 없고 따라서 HDL콜레스테롤을 많이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10~19세까지 꾸준히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높은 HDL콜레스테롤은 폐경 이전까지 유지되며, 폐경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하여 남자와 같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한편, 좋은 콜레스테롤은 혈압과 관련이 있다. HDL은 혈액을 떠다니거나 혈관내막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치워주는 역할을 하고, 혈관 내피를 보호하며 혈관 손상을 줄여 고혈압의 발병위험을 낮춘다. 정상혈압을 가진 3110명을 대상으로 H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5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1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수록 고혈압 발병률이 낮아졌다. 특히,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의 고혈압 발병 위험도는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최대 32%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