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틱틱 작은 소리에 분노… 나만 그래?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소음에 민감 반응… '미소포니아' 환자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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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소한 소리가 거슬리는 미소포니아는 뇌의 신경 활성화로 유발된다. 인지행동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쩝쩝’ ‘딸각딸각’ ‘타닥타닥’…

우리는 작고 일상적인 소음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소리는 평소엔 인식되지 않다가, 들으려고 노력하면 들리곤 한다. 원하지 않았는데도 그 특정 소리가 계속 귀에 꽂힌다면 어떨까? 거슬리다가 짜증이 나고, 결국 화까지 날 것이다. 바로 ‘미소포니아(Misophonia)’라는 증상이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에 따르면 최근 미소포니아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소포니아, 모든 소리에 예민한 청각과민증과는 달라
미소포니아는 청각과민증(hyperacusis) 계열의 질환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각과민증과는 다르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조영상 교수는 “청각과민증은 모든 소리가 역치보다 크게 들려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라며 “미소포니아는 소리 강도와 상관없이 특정 주파수나 상황 속 소리에 혐오감이 생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소포니아가 있는 경우 특히 특정 소리가 지속해서 날 때 큰 고통을 호소하는데, 심하면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소포니아를 앓는 사람들은 민감해지는 특정 소리를 들으면 견딜 수 없어 대응해 싸우거나, 피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두 질환 모두 청력과는 상관이 없다. 조영상 교수는 “보통 10대에 나타나기 시작해 성장할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흔히 수험생, 중년 여성, 업무 강도가 높은 사람, 성격이 급한 사람 등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한테서 나타나는데, 분노에서 공포를 느끼는 단계로까지 심화할 수 있어 치료 없이 방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각 문제 아닌 뇌 문제
미소포니아는 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영상 교수는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인 행동, 정서, 감정을 주재하는 곳인 대뇌 변연계와 자율신경계간 연결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며 “요새 블루투스 이어폰을 온종일 끼거나, 스트레스가 느는 등 신경 자극 요소가 많아지면서 미소포니아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명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미소포니아 환자들의 뇌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 연결 상태를 직접적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최초다. 미국 뉴캐슬대 생명과학연구소 수크빈더 쿠마(Sukhbinder Kumar) 박사팀은 미소포니아 환자들과 특정 소리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 뒤, 자기공명영상법(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자신이 민감해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대뇌 피질 중 청각과 관련된 부분과 안면 운동을 담당하는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연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행동 요법, 주변 사람들의 공감으로 치료 가능해
뇌에서 유발된 문제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보다는 인지행동 요법을 중심으로 치료한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한규철 교수는 “일단 제일 먼저 청력검사를 통해 미소포니아가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비슷한 질환을 겪으면서 실제 귀에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상반고리파열증후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소포니아라면 청력검사에서는 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치료를 받으면 보통 2~4개월 이내에 증상이 괜찮아진다. 사람에 따라서 2년 정도 걸리기도 한다. 조영상 교수는 “처음에는 일단 그 소리를 피하라고 한다”며 “이후 치료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약한 자극부터 의도적으로 노출해 적응하는 치료 과정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 이외 치료 방법으로는 저주파 소음인 핑크노이즈를 듣다가 전체 주파수 소음인 화이트 노이즈를 듣는 방법, 소리를 유발하는 행위를 직접 따라 하는 방법 등이 있다. 보통 미소포니아 환자들은 고주파에 예민하기 때문에 저주파부터 전체 주파수에 노출되는 훈련을 하는 것이며, 직접 소리를 내보는 건 자신이 직접해보면 소리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줄기 때문이다. 조영상 교수는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건 소리도 있지만,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유별나다는 시선”이라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동의와 공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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