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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난치성 피부 질환 ‘건선’, 생물학적 제제로 일상 되찾을 수 있어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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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설렘이 가득한 달이다. 야외 활동은 많아지고 옷차림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긴 팔과 긴 바지로 피부를 가려야 하는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등 난치성 피부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달갑지 만은 않은 달이다.

비듬 같은 두꺼운 각질과 붉은 발진이 피부를 덮고 있는 건선은 전염성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쉽게 보이는 피부병변 탓에 환자의 심리적 고통이 크며 이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가 심각하다.  손이나 발바닥에 농포, 붉은색 반점 등이 올라오는 손발바닥 농포증 역시 흔히 알려진 심상성 건선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실제 건선 환자들은 수영장, 미용실, 헬스장 등 공공장소 출입에 제약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환자의 1/3 이상은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은 업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적이 있었으며,  발생 연령도전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활동성이 많은 20-30대에서 건선 발병률이 높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40-50대에서 흔히 발생한다.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모두 사회 생활이 활발한 연령층에서 빈번함을 감안하면 두 질환 모두, 개인의 문제 이상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질환’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되면 바로 피부과 전문의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등과 같은 난치성 피부 질환 치료와 관리의 첫 걸음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중증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에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의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인터루킨 23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건선 환자에 투여했을 때, 10명 중 8명 이상에서 ‘거의 깨끗한 피부(PASI 90)’로 증상이 호전되고, 해당 효과는 약 4년간(204주) 지속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인터루킨 23 억제제의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 효과 역시 3상 임상 연구 통해 52주간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삶의 질 또한 괄목할 만한 향상을 보인다. 환자들은 봄과 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 등으로 피부를 가릴 필요가 없고, 일상과 사회 생활에서 어떤 장애나, 불편함이 없어 ‘살 것 같다’고 표현한다.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민간 요법 등으로 자의적 치료를 시도하다 증상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에서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임상의의 입장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치료에 대해 많은 환자들이 알고 이해하여, 이제 난치성인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이 충분히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질환임을 인지하여 건선과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없기를 바란다.

설레는 5월의 봄을, 더 많은 건선,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만끽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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