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가족력 영향 큰 대표 질환
부모 모두 앓는다면 발병 확률 50%
흡연 등 생활습관 나쁘면 위험 '껑충'
젊은 고혈압·전 단계 인구 계속 증가
가족력 있다면 조기부터 관리 시작을
혈관이 건강해야 치매 발병률도 낮춰
고혈압은 대표적인 가족력 높은 질환 중 하나다. 가족력은 조부모, 부모, 형제 등 3대에 걸친 직계가족 혹은 사촌 이내에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가족이 공유하고 있는 비슷한 식생활, 주거환경, 사고방식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족력 질환이 있는 경우 성인이 됐을 때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력이 일종의 '질병 예고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고혈압은 젊을 때 발병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데다, 젊은 고혈압이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진단을 통해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중 고혈압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족력 있는 경우, 고혈압 발병 위험 4배까지 높아져
고혈압은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력이 없는 경우보다 발병률이 4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발표된 최신 연구로 중국 상하이 자딩구 질병관리본부 안레 리(An-le Li) 교수팀이 이번 해 2월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교수팀은 상하이 거주 성인 중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환자 342명과 정상 혈압을 가진 342명을 선정해 면대면 인터뷰를 거쳐 가족력, 당뇨, 음주 습관, 운동습관 등 위험인자들과 고혈압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 발병률이 4.1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생활습관이 안 좋다면 고혈압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서 흡연을 하는 경우 5.5배 고혈압 위험이 커졌다. 반면,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사람 중 꾸준한 운동을 한 경우 가족력이 있으면서 운동하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가족력이 고혈압 발병 위험을 높였다. 서울대병원 손정식 교수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8280명의 고혈압 가족력과 실제 고혈압 발생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족력이 있으면 가족력이 없는 사람들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2.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혈압 가족력을 가진 그룹 중 실제 고혈압이 유발된 경우는 25.4%였다. 고혈압 가족력을 가진 사람 4명 중 1명은 고혈압에 걸린다는 의미다.
◇젊은 고혈압, 더 위험할 수 있어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고혈압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조기부터 신경 써 관리해야 한다. 더이상 고혈압은 노인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9세 성인들의 고혈압 유병자가 127만명에 이르며 고혈압 바로 전 단계 추정인구도 34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 수는 적다. 20~30대 고혈압 환자들의 인지율은 17.4%이며, 치료율은 13.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젊은 고혈압 인구 5명 중 1명은 자신이 고혈압을 가졌는지 모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발생하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나이에 유발했다는 건 그만큼 고혈압이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걸 의미한다. 혈관은 높은 혈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쉽게 망가진다. 젊은 고혈압은 차후 심장과 뇌혈관에서 심각한 질환이 유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30대 남녀 약 249만명을 10년간 분석한 결과,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의 고혈압 환자들을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남녀 각각 76%와 85% 높아졌다. 고혈압 전 단계인 사람들도 남자는 25%, 여자는 27% 위험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을 때부터 시작된 고혈압은 치매 발병률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마힌라드(Mahinrad) 박사팀은 평균 24세의 성인 19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젊은 시절부터 오랜 시간 고혈압을 앓아온 사람일수록 50대에 이르면 보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억력과 인지기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힌라드 박사는 논문을 통해 "비록 치료 기준에 못 미치는 전 단계의 고혈압이라고 하더라도 만성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고혈압은 중년 이후 뇌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혈압을 관리하고 고혈압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