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완치제 없었던 파킨슨병… 진행 억제 약물 확인됐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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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을 확인했다./사진=세브란스 제공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경구용 당뇨약제가 확인됐다. 그동안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제가 없던 상황에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 가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운동증상은 도파민 보충 약제로 조절할 수 있지만, 병의 진행 경과를 바꾸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퇴행성 뇌 질환 특성상 결국 악화되는 질환인 만큼 병의 자연경과를 바꿀 수 있는 치료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정승호 교수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가 경구용 혈당강하제 DPP-4 억제제를 복용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이 적고 추적관찰에서도 좋은 예후를 보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69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DPP-4 억제제 복용 여부에 따라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를 도파민 PET 영상을 통해 비교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당뇨병이 없는 파킨슨병 환자(A그룹) ▲DPP-4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 파킨슨병 환자(B그룹)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C그룹)로 분류됐다. 또한 617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을 장기 관찰해 증상조절에 필요한 도파민 약제 증가량과 운동성 부작용 발생 빈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동반 파킨슨병 환자군(C그룹)이 DPP-4 억제제 미복용 환자(B그룹)뿐만 아니라 당뇨가 없는 파킨슨 환자(A그룹)보다도 도파민 운반체 밀도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

장기간 추적 관찰연구에서도 DPP-4 억제제 복용군이 미복용군 및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보다 예후가 좋았다. 파킨슨병의 진행 지표인 도파민 약제 용량 증가량은 C그룹이 A, B그룹과 비교해 증가량이 유의미하게 적었다. 또한, 그룹별로 파킨슨병 진행과 관련한 운동 합병증인 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증상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C그룹이 A, B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정승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에서 신경세포 소실을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세계적으로 파킨슨병의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인 약물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 진행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신경학 분야 학술지 ‘뇌(Brain’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임상 시험을 통해 파킨슨병에서 DPP-4 억제제의 신경 보호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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