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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뭐약] 코로나 시대, 류마티스·건선 환자들의 고민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24 14:00
자가면역질환 환자들, 영양제 복용 신중해야… 자몽·석류 금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과정에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일이 많다. 특히 신장, 간 등 장기이식을 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 활성을 줄이거나 억제해 과도한 염증이 생기지 않게 하지만, 면역력을 약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영양제를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면역억제제, 홍삼과 같이 먹어도 될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면역억제제 복용기간이 긴 장기이식 환자들은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 중에는 '면역억제제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어서 코로나 등에 걸릴까 걱정이 되니 보양식을 먹고 싶다'며 영양제를 추천해달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이들에게 홍삼 등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은 독이 될 수 있다.
한국병원약사회 정희진 홍보위원(울산대학교병원 약사, 장기이식약료 전문약사)은 "우리 몸의 면역력은 이식받은 장기를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인데, 홍삼 등을 복용하면 이식받은 장기를 공격하는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감염 확률도 커지고, 각종 치유 과정이 느려지는 게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그래도 면역력 강화 성분은 섭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면, 이식받은 장기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희진 약사는 "홍삼 등 영양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손을 자주 씻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방법 등으로 감염을 막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면역억제제와 먹어도 되는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은 없는 걸까?
면역력 강화를 위해 홍삼도 먹으면 안 된다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기엔 불안한 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의 심정이다. 면역억제제와 함께 복용할 수 있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없는 걸까? 물론 아주 없지는 않다. 비타민, 오메가3 등 영양제는 용량에 따라 복용 가능하다.
정희진 약사는 "영양제는 물론 음식도 특정 종류를 과다 섭취하면 면역억제제와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양제를 선택할 때는 각 성분이 권장량보다 얼마나 더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권장량을 넘지 않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하루 권장량이 150mg인 A 성분이 300mg 들어 있는 영양제는 A 성분이 권장량보다 너무 많이 들어 있으니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영양제 성분표에 'A:300mg(200%)'라고 표기가 되어 있으니, 제품을 고를 때 참고하면 좋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면역억제제와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건강기능식품같은 경우엔 특정 성분이 농축되어 있는 제품이 많은데, 모든 재료와 면역억제제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면역억제제와 상호작용이 있는 재료B라도 요리해서 몇 입 먹는 정도면 문제가 없겠지만, 재료B를 농축시킨 건강기능식품을 먹게 된다면 면역억제제와의 상호작용은 커질 우려가 있다.
정 약사는 "성분별 함량이 정확하게 표기된 영양제는 권장량 이내의 양만큼 먹으면 면역억제제와 함께 복용해도 되지만, 함량과 그 영향이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건강기능식품의 대표격인 유산균도 예외는 아니다. 유산균도 균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또 다른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음식 형태로 된 것은 유산균의 양이 적어 위험이 적으나, 약 형태로 되어 '한 알에 OO억 마리가 있다'는 유산균을 복용하고자 한다면, 복용 전 반드시 약사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농축액 종류와 건강기능식품은 피하고, 비타민과 유산균은 복용 가능한지를 약사와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억제제 복용할 때, 아무 감기약이나 먹어도 될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질환에 취약해 감기도 더 자주 걸린다. 면역억제제는 약물 상호작용이 적지 않은 약이라 단순 감기약을 먹을 때도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합감기약만 주의하면 대부분은 괜찮다. 종합감기약에는 여러 성분이 들어 있어, 자칫하면 특정 장기에 부담을 주는 성분을 먹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정희진 약사는 "간 이식을 받은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많이 복용하면 간에 부담이 갈 수 있고, 신장이식 환자는 이부프로펜, 케토프로펜 등 NSAIDs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면 신장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약사는 "일일이 성분을 외우기는 어려우니, 종합감기약처럼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은 약사에게 미리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음식도 가려먹어야 할까?
그렇다면 면역억제제를 먹을 때는 음식도 주의해야 할까? 일상적인 식사는 가능하지만, 자몽, 오미자, 석류는 어떤 형태로도 먹으면 안 된다. 자몽, 오미자, 석류가 면역억제제 성분의 체내 분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과일의 성분은 면역억제제 중 가장 흔히 복용하는 타크로리무스 성분이 몸 안에서 분해되는 것을 막아, 몸 안에 면역억제 성분이 불필요하게 많이 남게 한다. 이렇게 되면 면역이 지나치게 억제돼 감염에 심하게 취약해진다. 정희진 약사는 "자몽, 오미자, 석류는 청이나 주스 등 그 어떤 형태로도 드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지방이 많은 음식도 피하는 게 좋다.
정 약사는 "타크로리무스 성분인 프로그랍, 타크로벨, 아드바그랍은 지방이 많은 음식을 복용한 전후에는 흡수가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타크로리무스 복용 두 시간 전부터 한 시간 후까지는 지방이 많은 음식은 드시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면역억제제 먹는 시간 놓쳤다면?
면역억제제는 시간 간격을 잘 지켜서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 때를 놓치면 당황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당황하지 말자. '6시간'을 기억해뒀다가 적절하게 대처해보자.
정희진 약사는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약인 경우, 원래 복용해야 하는 시간으로부터 6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땐 바로 복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6시간이 지났을 땐, 지난 복용분은 먹지 말고 그다음 복용시간에 1회분만 먹으면 된다"고 밝혔다.
종종 약 먹을 시간을 놓친 사람들이 안 먹는 것보단 낫겠다며, 2번 먹을 분량을 한 번에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 몸 안에 필요 이상으로 면역억제제 농도가 짙어져서 감염 위험이 있다.
이어 정 약사는 "만일 채혈검사를 앞두고 있다면, 평소와 복용 시간이 달라지면서 검사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진료 시 미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