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청담·정릉에 '미래의학' 전초 기지… 고려대의료원의 대변신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21 08:06
주목! 이 병원_ 고려대의료원
'미래의학 중점' 청담·정릉캠퍼스, 여름 오픈
감염병 대비·정밀의료·AI 실현 인프라 갖춰…
백신 개발을 위한 인재 영입·육성도 적극
"코로나19 이후 바뀔 대학병원 역할, 준비 한창"
대학병원에서 백신 등 신약이나 의료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중증 환자를 전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이 시대적 흐름을 빨리 읽고 앞장서서 움직이고 있다. 의료원 산하 상급종합병원인 안암·구로·안산 캠퍼스 외에, 미래의학을 중점적으로 다룰 제4, 5의 캠퍼스가 따로 조성된다. 고려대의료원은 오는 7월과 8월 각각 서울 강남구에 청담캠퍼스, 서울 성북구에 정릉캠퍼스를 연다. 고려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제2의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투자"라며 "감염병을 대비하는 시설, 정밀의료·AI·빅데이터 등 미래의학을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말했다.
◇정릉캠퍼스, 백신 개발 '전초 기지' 역할
고려대의료원 정릉캠퍼스는 과거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이 있던 자리(7150평)에 들어선다. 정릉캠퍼스는 '메디사이언스파크'라는 이름을 붙이고, 백신 등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백신이노베이션센터', 의료 빅데이터를 다루는 '의료정보학교실'이 문을 연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미 감염병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1976년 신증후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Hantaan)바이러스를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백신인 '한타박스'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현재에도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키트·백신·혈장치료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한국은 백신 개발 등의 연구를 위한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백신을 개발했듯이 고려대에서 앞장서서 백신 등 신약 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릉캠퍼스에는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후보 물질 유효성 평가를 하고, 전임상 연구 플랫폼 등을 구축한다. ABSL3, BSL3 등 최첨단 연구 시설도 설치된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효소 전문가, 항체 전문가, 단백질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출중한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며 "2~3년 내 국내외 실력자들을 영입해 신약 개발에 어벤져스 같은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역적으로도 정릉캠퍼스 주변에는 고려대를 비롯한 9개 대학과 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5개의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다.
◇의료 빅데이터 역량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개인의 유전자에 기반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료, 맞춤형 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됨에 따라,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정릉캠퍼스에는 의료정보학교실을 열어 의료 데이터를 관리·가공해 원격의료, 가상병원 등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창출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표준화된 의료 데이터를 이용해 효율적인 의료 체계를 확립하고 신약, 의료기기 개발은 물론 다양한 질병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안암, 구로, 안산의 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나오는 의료 정보는 '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며 "의료 데이터를 일원화하는 차세대병원정보시스템이 완성 단계이므로 고려대 산하 병원은 물론, 전국의 다른 병원까지 데이터를 일원화할 수 있도록 기업 등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7월 말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지상 10층, 연면적 1400평의 청담캠퍼스가 완공될 예정이다. 청담캠퍼스에는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 지원센터(MedSH)'가 들어선다. MedSH는 고려대의료원이 2020년 9월 세계 종합병원 가운데 최초로 국제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 인증(ISO14155)을 획득하면서 만든 조직이다. 올해 5월부터 유럽 시장 진출을 원하는 의료기기 업체는 반드시 새로운 의료기기법(MDR)에 따라 ISO14155 규격에 맞는 임상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고려대의료원이 인증을 받으면서 국내 임상시험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6월 유럽 MDR 기준 ISO14155 기반 첫 임상시험을 수행했고, 개발한 의료기기는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급여 인정을 받았다.
청담캠퍼스에는 영상검사 데이터를 원격 판독하는 이미징센터가 설립된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미래 의학의 하나의 축은 영상"이라며 "AI를 활용해 영상 판독을 잘 하도록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청담캠퍼스는 홈헬스케어 분야 연구기지의 역할도 담당한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케어하는 홈케어·방문진료 인력을 트레이닝시키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인터뷰
"연구중심 병원서 한 단계 진화, 의료 산업 먹거리 만들 것"
고려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의료를 산업으로 발전시켜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의 사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정릉캠퍼스와 청담캠퍼스다.
고려대의료원은 수년 전부터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의료원 산하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국가 지정 연구중심 병원이다. 연구가 책상에서 끝나지 않고 사업화될 수 있도록 고려대의료원은 의료계 최초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세우고 현재까지 총 17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500억의 투자를 받을 정도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방형 실험실이 구로병원에 마련돼 있다. 개방형 실험실은 병원이 기업과 연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보건의료분야 창업기업을 육성·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추진 사업이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병원은 연구를 통한 수익이 15%는 돼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며 "지금 기껏해야 2%에 불과하므로 연구가 결실을 맺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