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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피임약 먹었는데… 칠레 여성 170명 원치 않는 임신, 왜?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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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성 시위에 나온 칠레 임신부.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연합뉴스DB

칠레에서 불량 피임약을 먹은 여성 170명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6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칠레 산티아고 외곽에 사는 신티아 곤살레스는 지난 8개월간 알람을 맞춰 놓고 아침마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했다. 이미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데다, 일자리를 잃으면서 경제적인 상황 또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5월 다섯 번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으며, 현재는 생후 2개월 아기의 양육비를 걱정하고 있다.

사연에 소개된 곤살레스는 칠레에서 불량 피임약을 먹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 170명 중 한명이다. 알려진 것은 170명이지만,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복용한 약은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의 자회사 실레시아가 제조한 ‘아눌렛 CD’라는 경구 피임약이다. 여성이 매일 복용하도록 노란색 실제 피임약 21개와 파란색 위약 7개가 한 팩으로 구성됐으나, 문제의 제품엔 실제 약과 위약이 뒤섞인 것으로 확인된다.

칠레 보건당국은 지난해 8월 약에 결함이 의심된다는 보건소 직원 신고를 받고 특정 제조단위 제품 13만9160팩을 리콜 조치했다. 이후 해당 제조단위 제품을 쓰지 않도록 하고 트위터로 리콜 결정을 알렸지만, 이 같은 리콜 결정을 본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9월엔 다른 제조단위에서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실레시아의 제조 허가를 일시 중단했으나 이미 27만7000여팩의 불량 피임약이 유통된 후였으며, 일주일도 안 돼 다시 실레시아에 제조 허가를 내줬다. 제조 결함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의료인들이 불량 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현지 여성단체 ‘밀레스’가 이 피임약의 결함 사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고, 언론을 통해 문제가 전해지며 피해사례가 수집됐다. 칠레 정부는 문제가 커지자 지난 2월 뒤늦게 실레시아에 6억650만페소(약 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CNN은 “피임약에 제조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임에도, 제약사와 정부는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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