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면역의 힘③] '집단면역'이 코로나19의 종결은 아니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07 08:15
'취약 집단' 또 발생… 반복 발병하는 '엔데믹' 가능성 높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1년 하고도 4개월째,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 일상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지겨운 펜데믹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백신이나 자연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60%만 항체 지녀도 가능… 그러나 '무임승차'가 문제
집단면역이란 집단 구성원 60% 이상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항체)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대다수가 아닌 60% 이상만 항체를 갖고 있어도 감염병의 확산은 현저히 저하된다. 감염병이 무서운 것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전파되는지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집단면역이 형성된 집단에서는 몇몇 감염자가 발생하더라도 확산이 제한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는 저서에서 "면역성이 있는 사람들은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블랙홀과 같다"며 "예방접종을 통해 생성된 집단면역은 펜데믹 종식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런 집단면역에는 한 가지 허점이 있다. 바로 '무임승차' 문제다. 집단의 과반수만 면역성을 지니더라도 집단면역이 작동하기 때문에 면역성이 없는 개인들까지 혜택을 받게 된다. 백신을 맞거나 일부러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아도 자신은 보호받기 때문에 백신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주로 ▲백신에 대한 불신 ▲정부에 대한 불신 ▲집단 편승적 사고 ▲종교적 신념 등으로 인해 무임승차자들이 생겨난다. 이런 무임승차자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집단면역은 구멍이 뚫리며 붕괴된다. 나와 타인, 모두를 위해서라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한편 집단면역을 백신이 아닌 자연감염으로도 형성할 수 있다면, 왜 굳이 백신을 만드는 걸까. 국내와 달리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코로나19 초기대응 방법으로 집단면역을 선택했다. 오히려 방역을 느슨히 하고, 자연적으로 많은 사람이 감염되며 집단면역 형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집단면역을 자연적 발생에만 의존하면서 노인, 만성질환자 등 취약자들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스웨덴은 매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집단면역 실패를 인정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방역 실패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수습하기엔 너무 늦은 뒤였다.
◇집단면역 생기면 끝? 新 바이러스에 '또' 당하지 않으려면
집단면역이 생기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질까? 그렇지도 않다. 우리 몸의 방어면역은 바이러스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 구성원은 출생과 사망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집단면역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서 집단 내부에는 취약집단이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도 특정 시기마다 다시 돌아와 취약군을 괴롭히는 '엔데믹(endemic)'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 마이클 라이언 사무차장은 "코로나19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처럼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숙주 환경 변화에 따라 적응하며 진화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는 변이성이 강해 해외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벌써 등장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라는 다양성을 무기로 우리의 집단면역을 계속해서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에서 겨우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충북대 미생물학과 김혜권 교수는 저서에서 "우리는 항상 바이러스와 다양한 숙주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며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 순간 신속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총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