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운동하면 세포는 '스트레스'… 다이어트엔 오히려 도움?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31 19:00
규칙적인 운동은 그 자체가 주는 칼로리 소모 외에도 적당한 스트레스를 전달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팀은 적당한 강도의 지속적인 운동이 식욕조절에 중요한 뇌 신경세포에 약한 스트레스를 전달하고, 이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세포 내 에너지 생산 장소)가 활성화되면서 체내 에너지 소모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김 교수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체중 조절에 가장 중요한 신경세포 중 하나인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신경세포에 강도가 다른 스트레스를 가한 뒤 생체 반응을 관찰했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며 심한 비만으로 이어졌다. 반면 약한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는 신경세포 활성화에 이로운 '베타-엔돌핀'이 다량 분비돼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됐다. 이후 지방조직 내 열 발생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며 비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한 김 교수팀은 운동으로 발생하는 적당한 스트레스가 생체 기능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에게 2주간 트레드밀에서 달리도록 했다. 그 결과, 운동할 때 근육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터류킨-6 호르몬이 뇌로 이동해 식욕을 억제하는 POMC 신경세포에 약한 스트레스를 전달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로 인해 POMC 신경세포에서 베타-엔돌핀 생산이 촉진됨에 따라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지방조직의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처럼 많은 양의 독이나 스트레스와 달리, 가벼운 스트레스나 소량의 독은 오히려 건강에 이로움을 주는 현상을 '호메르시스(hormesis)'라고 부른다. 김민선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이 뇌 신경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호르메시스 반응을 유발해 비만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적정 체중을 유지해 비만과 각종 대사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더불어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최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중견과제 연구비를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