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의 힘②] 코로나 걸려도 멀쩡한 이유? '3단 장벽' 덕분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하면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이 활성화돼 맞서 싸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체내의 면역세포가 맞서 싸운다. 이러한 면역 전쟁에서 승리하면 우리는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가볍게 넘겨 버린다. 그뿐만 아니다. 승리와 함께 전리품처럼 남은 '항체'는 또다시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쉽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면역력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상황.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보다 자세히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 험난한 과정 거친다
면역의 어원을 살펴보면 면역의 원리도 이해할 수 있다. 면역성(immunity)이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 'immunis(면제받은 사람)'에서 비롯됐다. 즉, 예로부터 사람들은 면역에 관해 감염병을 '면제받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멀쩡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몸이 가진 '선천면역', 그리고 감염 후 만들어지는 '후천면역' 덕분이다.

선천면역이란 이전에 바이러스에 걸린 적이 없어도 우리 몸이 스스로 발휘하는 면역 기능을 말한다. 바이러스가 인체의 피부, 장, 폐, 눈, 코에 침입하면 우선 이곳에 있는 상피세포들이 '장벽' 역할을 하며 일차적으로 막아선다. 예컨대 코털은 호흡기에 침입하는 유해 물질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물리적 장벽을 지났다고 끝이 아니다. 피부 속 지방산, 장 속의 위산과 미생물, 눈과 콧속의 체액은 화학적 장벽을 이뤄 다시 한번 바이러스를 막아낸다.

무사히 장벽을 지난 바이러스는 이제야 면역 세포들과 싸우기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천연장벽을 통과하는 순간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사이토카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 대식세포, 백혈구 등이 바이러스가 장벽을 지난 후 고작 몇 분, 길어야 몇 시간 만에 나타나 싸운다. 대식세포는 바이러스를 잡아먹고,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스스로 죽게 만든다. 싸움이 격렬할수록 신체에는 염증 반응의 결과로 발열, 두통, 식욕부진 등 증상이 크게 나타난다. 험난한 전초전을 거쳐 살아남은 바이러스는 성공적으로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게 된다.

◇후천면역이 가져온 전리품은 '평생 면역'?
선천면역이 시작된 지 1~2주 후에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면 후천면역이 발동한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군(self)과 적군(non-self, 항원)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그동안 몰랐던 미지의 침입자를 이제 파악했으니, 적군만을 골라내 죽이는 것. 후천면역은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와 T세포에 의해 이뤄진다. 이들은 적군을 골라내 죽이거나, 아직 감염되지 않은 세포가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후천면역의 또 다른 특성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한 번 걸린 바이러스에 다시 걸리지 않거나,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도 후천면역이 항체를 만들어 준 덕분이다.

어린아이들은 모기에 걸리면 손바닥만 하게 붓기도 하는데, '모기 알레르기'라고도 불리는 이런 현상을 성인에게는 보기 드물다. 아직 모기의 체액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주 모기에 물려 익숙해지면 점점 면역 반응이 약해지는데, 이를 '면역 관용(immunologic tolerance)'이라 부른다. 면역 관용은 항원에 많이 접촉한다고 자연스레 생기는 것은 아니고, 특정한 조건을 갖춰야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용해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는 일부러 알레르기 항원을 조금씩 투약해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질환을 치료하기도 한다.

◇코로나19에 '면역 관용' 생겨도… 안심 못 해
코로나19 중증 발전의 주요 원인은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과잉 면역 반응이다. 만약 신기술로 면역 관용을 유도할 수 있다면 코로나19도 가볍게 앓고 넘어갈 수 있을까? 아쉽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과잉 면역 반응 외에도 그 자체로서 세포를 공격해 폐렴, 혈전을 유발하는 등 위험성을 갖고 있어 면역 관용이 생기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자연감염과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집단면역은 인구 집단의 60% 이상이 특정 감염병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상태를 말한다. 다수가 항체만 갖고 있어도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현저히 낮아져 감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집단면역은 3편에서 자세히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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