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심근경색 환자 금연 필수인데, 금연치료제 못 쓴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25 12:00
심근경색 발생 2~4주 지나야 사용 가능
40년 넘게 담배를 피운 A씨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심각성을 느낀 A씨는 금연을 결심하고 퇴원하자마자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방문했으나, 금연클리닉에서는 심근경색 환자에게는 금연치료제는 물론 니코틴 패치도 처방해줄 수 없다고 했다. 심근경색 환자는 강력한 의지로만 금연을 해야 하는 걸까?
◇회복기 지나면 금연치료제·니코틴 보조제 사용 가능
흡연기간이 길수록 개인의 의지로만 금연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강력한 의지가 있더라도 니코틴 등에 중독된 뇌는 금단증상을 유발하고, 금연의지를 꺾는다. 금연치료제, 니코틴보조제 등은 흡연하고 싶다는 욕구 자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 금연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고 나서 2주가 지나지 않았다면 아무리 금연효과가 좋은 금연치료제와 니코틴보조제라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니코틴보조제(패치, 껌, 사탕 등 모두 포함)는 니코틴이 소량 들어 있어 혈중 니코틴 수치가 높아지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관이 수축할 수 있다. 혈압이 올라가면서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퇴원 직후 금연클리닉을 찾은 A씨가 금연치료제 사용 불가 판정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대한결핵호흡기학회 산하 금연연구회 회장)는 "니코틴보조제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을 겪은 직후의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있어 회복기에는 니코틴보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회복기가 지나면 심근경색 등을 경험한 환자라도 니코틴 패치 등 니코틴보조제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재열 교수는 "일반적으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금연치료제는 최소 2주, 니코틴 패치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 후 최소 2~4주의 회복기가 지나고 나서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손상된 혈관, 원상복구 안 돼… 반드시 금연해야
심혈관계 질환으로 퇴원 후 큰 마음을 먹고 금연하려 했으나, 금연치료제를 즉시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금연치료제와 니코틴보조제도 일정기간 사용할 수 없다면, 다시 흡연을 해도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심혈관계 질환자의 흡연 행위는 죽음을 향해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재열 교수는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겪은 사람들은 죽다 살아난 것인데 이를 겪고도 2~4주 내에 담배를 피우겠다는 것은 바로 죽겠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재발 우려가 매우 높고, 아무리 스텐트 시술이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혈관을 대신할 수는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혈관계 질환을 겪었다면 반드시 금연을 하고, 금연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김재열 교수는 "전문의약품 복용이 부담스러워 니코틴 패치 등 니코틴보조제 사용을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데이터를 볼 때 안전성 측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금연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담배를 피우면 심혈관질환은 언제든 재발하기에 반드시 효과적인 금연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