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전세계적으로 창궐한 결핵은 당시 사망률이 무려 50% 이상에 달해 불치병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1921년 BCG 예방 백신과 1940년대 이후 항결핵제들이 개발되면서 결핵은 이제 ‘사라진 과거의 질병’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결핵은 여전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재 진행형 질병’이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치료 기간이 길고, 치료 성공률은 낮은 다제내성결핵 발생률 또한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매일 65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5명이 목숨을 잃는 무서운 질병으로 어느 누구도 결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코로나19 발병 후 결핵 환자 감소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결핵예방 정책 등으로 신규 결핵 환자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9년 결핵 신규환자는 2만 3821명(10만 명당 46.4명)으로 전년 대비(2만 6433명/10만 명당 51.5명) 9.9% 감소했다. 이는 2011년 이후 8년 연속 감소, 최근 10년 간 전년 대비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 19 발병 이후 결핵 신고 신규 환자 수는 더욱 감소하였다. 2020년 2월 23일 코로나 19 심각 단계 발령 이후 9~12주차 동안, 결핵 신고 신규 환자수는 4117명에 불과하였다. 이는 4 전년 대비 27.3%나 감소한 수치이다.
단국대병원 호흡기내과 박재석 교수는 “결핵이 정말 줄었다기 보다, 결핵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방문을 줄임으로써 결핵 진단이 지연되어 마치 결핵 발생률이 감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실제 사람들의 병원 방문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약 6천 가구의 15세 이상 가구원 약 1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병의원을 최소 1번 이상 방문한 1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외래 60.8%, 입원 3.5%로 2019년 대비 각각 8.5%, 9.5% 감소했다. 결핵 등 만성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구 비율도 25%로 2019년도 29.8%에 비해 4.8% 감소했다.
◇결핵 환자 병원 안가면 ‘다제내성결핵’ 위험
결핵 환자들이 코로나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을 줄이고,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할 경우 다제내성결핵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다제내성결핵은 대표적 결핵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해당 치료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결핵이다. 보통 약물의 임의 복용 중단, 불규칙한 투약, 부적절한 용량의 복용 등으로 인해 치료 과정 중 내성 획득 결핵균의 증식으로 발병하거나, 다른 다제내성결핵 환자에게 감염되어 발병한다.
다제내성결핵 치료는 균의 전염성이 없어지는 ‘균 음전’상태로 만들어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다제내성결핵은 환자 1명이 10~15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그 전파속도가 매우 빠른 질환이다.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복용 중인 약제에도 내성이 생겨 치료가 더욱 어려운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치료가 더 까다로운 다제내성결핵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가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도 적극적인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해 결핵 진료지침을 개정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 향상을 위해 치료 초기부터 베다퀼린 등의 신약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신약 사용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베다퀼린은 항결핵 효과가 강력한 약제로, 과거 핵심 약제였던 주사제에 비해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26개국 환자 1만 2030 명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안전성 또한 입증되었다.
박재석 교수는 “기존 결핵 환자들이 코로나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을 줄이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제내성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19뿐아니라 결핵 또한 감염력이 높고 위험한 질환인만큼, 결핵 환자들이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아 결핵균을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