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남자에게 피임약을 許하라? "코로나19 치료 효과 있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23 08:00
피임, 난임 치료에 쓰는 '프로게스테론', 뜻밖 효과
코로나19 남성 환자에게 '프로게스테론'이 치료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더시나이 병원 연구팀은 4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프로게스테론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폐경 전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은 코로나19 중증도 발전 위험이 낮은 것에 착안해 남성에게 프로게스테론을 투약하기로 했다. 환자들은 5일 동안 코로나19 표준 치료와 함께 100mg의 프로게스테론을 하루 2회 주사로 투약했다.
연구 결과, 프로게스테론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환자 상태를 평가하는 점수가 높았다. 연구팀이 평가한 '7점 척도'에 따르면 1은 사망, 7은 건강함을 의미하며 1에 가까울수록 상태가 나쁘고, 7에 가까울수록 상태가 좋은 것으로 평가한다. 프로게스테론 치료군은 대조군보다 7점 척도 점수가 평균 1.5점 높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프로게스테론 투여로 인해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총 15일간의 연구 기간 동안 투여군에서 1건, 대조군에서 1건으로 총 2건의 사망 사례가 있었지만, 모두 프로게스테론 투약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프로게스테론이 항염증 기능을 갖고 있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중증도로 발전하는 사람은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불리는 치명적인 면역 반응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프로게스테론은 염증 반응을 적절히 조절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연구를 주도한 사라 간데하리 박사는 "프로게스테론을 실제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프로게스테론이 가진 여러 임상적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게스테론은 현재 피임 목적, 난임 치료, 폐경 후 여성의 호르몬 치료 등을 목적으로만 쓰이고 있으며 염증 반응 조절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염증 조절 목적의 프로게스테론을 임상 시험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흉부(Chest)'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