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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삐지는 남자, 터프한 여자… 호르몬의 비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20 22:00
중년 남성들이 흔히 털어놓는 걱정거리 중 하나가 "마누라가 점점 터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년 여성들은 "남편이 젊을 때에 비해 잘 삐지고 잔소리가 늘었다"고 성토한다.
나이가 들면서 여자는 남자처럼, 반대로 남자는 여자처럼 변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비밀은 '호르몬'에 있다. 호르몬은 여성이 폐경, 남성이 갱년기를 겪으면서 변화가 생기는데, 문제는 호르몬의 상대적 비율이다. 여성에게 지배적이었던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여성호르몬 대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달라지며, 남성도 마찬가지다. 즉 여성에게는 남성호르몬, 남성에게는 여성호르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터프해지는 중년 여성
여성의 여성호르몬 양은 배란 주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40~400pg/mL 된다. 하지만 폐경을 지나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떨어져 10pg/mL(젊을 때의 4분의 1~40분의 1) 이하까지 떨어진다. 반면, 여성의 남성호르몬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여성의 남성호르몬 정상 수치는 0.1~1ng/mL이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여성호르몬은 확 줄지만, 남성호르몬은 상대적으로 적게 줄어 여성호르몬 대 남성호르몬의 비율은 젊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호르몬 비율의 변화가 중년 여성들을 터프한 '아줌마'로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호르몬 비율의 변화는 겉모습의 변화도 부른다. 중년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탈모증상도 이 때문이다.
여성은 폐경 후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여드름이 나거나 심지어 턱수염이 자라는 경우도 있다. 여성은 대머리가 없지만, 폐경 이후 여성의 30% 정도는 호르몬 비율이 달라지면서 머리 가운데가 빠지는 탈모를 겪는다.
◇드라마 보면서 우는 중년 남성
남성의 남성호르몬은 20대 초반을 최고점으로 1년에 1% 정도씩 감소한다.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남성의 여성호르몬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감소 비율은 비슷하지만, 절대 양에서는 남성호르몬이 훨씬 많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 같은 호르몬 비율의 변화는 중년 남성의 성격변화와 관련이 깊다. 남성들은 중년이 되면 잔소리가 많아지고 성격이 소심해지며 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젊을 때에는 터프하던 남성이 중년이 넘으면서 TV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우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