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신약센터장 “‘팩수프라잔’ 효과 해외서도 인정… 블록버스터 될 것”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이 차세대 국산 신약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외 임상에서 빠른 증상 개선 속도와 높은 치료 효과·안전성 등을 확인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이미 계약을 체결한 중국, 브라질, 멕시코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수출 제안을 받고 있다.

펙수프라잔은 신약 연구개발을 위한 대웅제약의 오랜 노력과 투자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2011년 이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역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연구개발에 1050억원을 지출하며 5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현재 펙수프라잔 외에 합성신약 14종과 바이오신약, 개량신약 등 총 26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2월 기준)이다. 특히 임상 3상 단계인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경우 펙수프라잔을 이을 유력 신약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최종적으로 개발·허가에 성공한다면 예상 개발 시점인 2023년까지 최소 두 개(펙수프라잔, 이나보글리플로진) 이상의 신약을 선보이게 된다. 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은 “두 약물 모두 임상을 통해 기존 약물 대비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며 “개발 리스크가 크지 않은 만큼, 최종 허가 후 출시된다면 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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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대웅제약 제공

Q. 펙수프라잔의 품목 허가를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
현재 식약처와 미팅 중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연내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펙수프라잔은 지난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확인했다.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ERD)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에서 8주간 식도 점막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결과, 99%의 높은 내시경상 치료율을 나타냈다. 투여 초기부터 주·야간 관계없이 가슴쓰림(heartburn) 증상이 즉시 개선됐고, 역류성 식도염(GERD) 환자에게 간혹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인 기침 증상 또한 완화됐다. 내시경상 치료와 식도염 증상 개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위산분비억제제임을 확인한 셈이다.

Q. 펙수프라잔 개발 관련 향후 계획은.
펙수프라잔을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기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외에 후속 적응증을 확대하고 차별화 데이터를 찾는 등 추가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제형 다양화로 제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 최초 P-CAB 주사제로 임상 1상을 승인 받아 개발 중이다. 펙수프라잔 주사제 개발을 통해 경구 투여가 어려운 환자에게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경구제와 비슷한 주사제 시장이 형성된 해외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Q.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전체 규모가 400억달러(한화 약 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전 세계 시장의 약 37%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서 연구개발 역량이 발휘된다면, 펙수프라잔 역시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브라질·멕시코·중국에서도 제품력을 인정받아 수출계약을 체결한 상태며,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계속해서 전 세계 파트너사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약물들보다 약효 발현이 빠른 점과 긴 지속 효과, 높은 안전성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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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현재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개량신약 등 총 26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대웅제약 제공

Q. 펙수프라잔 이후 개발이 유력한 약물은.
개발 순서로 보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3상 임상 중인 SGLT-2 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유력하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기존 시판 약물보다 뛰어난 혈당강하효과와 안전성을 갖춘 약물로, 임상 2상에서 혈당 조절 주요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의 12주 후 변화량이 위약 대비 약 0.9%로 나타났다. 이는 서양인 대상으로 진행한 기존 SGLT-2 억제제보다 약 30% 이상 효과적인 결과다. 체중 감소와 심혈관 위험 발생 감소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용량이 최소 10mg에서 많게는 300mg에 달하는 기존 약물들과 달리 2상에서 0.3mg로도 효과가 있었던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적은 용량으로 인한 원가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Q. 이나보글리플로진 발매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는지.
2023년 국내 발매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이나보글리플로진의 단독 사용, 메트포르민 병용, 메트포르민·DPP-4 억제제 3제 병용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 받아 경증·중등증 당뇨 환자의 혈당조절제로 개발 중이다. 향후 시장에 출시된다면 국내 최초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을 선보이게 된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차지해온 시장에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부터 중국, 일본 등에서도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Q. 두 약물 외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2018년부터 시행한 ‘익스트림팀’ 체제가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이 합성, 평가 등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했던 기존 기능 중심 팀 구조를 하나의 신약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능 별 인력을 모아 팀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의 주인의식과 연구에 대한 몰입이 크게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자체 검토 결과지만 국내 상위 제약사 신약조직에 비해 신약 생산성(신약과제당 참여 연구원 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스트림팀이 발전하고 우수한 인력이 모이면서 섬유증, 자가면역질환, 신약 제형연구 등 일부 분야에서는 국내외에서 최고 수준을 갖추게 됐다.

Q.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의약품 분야는.
섬유증, 자가면역질환, 항암 분야로 예상한다. 약물 종류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 합성 신약과 항체 신약에서 ADC(Antibody-drug conjugate),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era) 등 컨주게이션 약물과 RNA를 표적으로 하는 ASO, siRNA 신약들로 확장될 것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신약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빅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Q.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대웅제약 연구센터의 미래 핵심 역량과 관심 분야는 ‘CARF(Cancer-암, Autoimmune-자가면역, Fibrosi-섬유증)’로 대변된다. 현재 펙수프라잔, 이나보글리플로진에 이은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로 PRS 저해 항섬유화제 ‘DWN12088’과 중증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를 개발 중이다. DWN12088은 호주에서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으며, 연내 미국과 한국에서 IPF(특발성폐섬유증)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섬유화된 조직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직접 섬유화 단백질을 억제하는 기전을 통해, 섬유화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작용 기전의 중증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 또한 하반기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DWP213388은 자가면역질환에 관련한 B세포와 T세포를 동시 억제해 치료 효능을 높인다. 이중항체와 유사한 작용기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까지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동물모델에서 효능을 확보했으며, 기존 약물보다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 또한 확인했다. 임상 진행 속도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2025년까지는 국내 환자들에게 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암제의 경우 2019년 말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2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후보물질 전 단계인 선도물질(동물 모델에서 효과 확인)을 확보했다. 암은 섬유증, 자가면역질환과도 연관성이 깊은 만큼, 기존 두 질환 분야의 노화우와 역량을 항암제 개발에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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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은 “펙수프라잔이 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신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대웅제약 제공

Q. 향후 전체적인 연구개발 방향에 대해 듣고 싶다.
기존 과제 적응증 확대, 신규 플랫폼 확보 등으로 볼 수 있다. 적응증 확대의 경우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이용해 비만치료제,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섬유증 기반으로 DWN12088을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하고자 한다. 임상 준비단계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또한 적응증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 중 AI를 이용한 연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향후 집중할 분야인 항암, 자가면역, 섬유증 등의 경우, 전략적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규 플랫폼은 기존 소분자 합성 의약품뿐 아니라 Protac, siRNA, mRNA 등 다양하게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세포 유전자 치료제 사업 육성을 위해 민관학 협력 체계 또한 구축 중이며,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임상·허가·판매에 이르는 노하우를 전수할 방침이다.

Q. 오픈 콜라보레이션 계획은.
향후 집중할 분야인 항암, 자가면역, 섬유증 등에서 전략적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새로운 오픈 콜라보레이션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분야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마곡 지구에 설립 중인 DIC(Daewoong Innovation Cube) 또한 혁신신약 개발과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 ▲유전체 ▲AI ▲의료기기 등 모든 R&D 부서를 결집시키는 한편, 대웅제약과 협업하는 모든 산학 연구기관, 스타트업들이 모여 연구하는 진정한 ‘오픈 콜라보레이션의 장’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Q. 대웅제약 연구센터의 단기·중장기 연구개발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 목표는 글로벌 기술수출과 신약 발매를 통해 신약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섬유증, 자가면역, 암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국내·외 바이오텍과 병원, 학교를 아우르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함으로써, 최고의 R&D 생태계를 구축하고 환자에게 최고의 신약을 제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