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 정기영 대한수면학회장

하루 3분의 1 수면, 남녀노소 예외 없어
잠을 잘 자야 면역 시스템 제대로 작동
자신에게 맞는 생체리듬 찾아 유지해야
기상 즉시 햇볕 샤워, 침실 휴대폰 금물

"아이에게 잘 생기는 병이 있고, 나이 든 사람이 조심해야 하는 병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면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면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어서, 전 연령대가 잠에 신경 써야 합니다."

대한수면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말이다. 정기영 교수는 "수면에 빚을 지지 말라"며 "잠을 제대로 못 자 수면 빚에 허덕이는 삶을 사는 대신, 하루 3분의 1이라는 시간 동안 알차게 제대로 자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잘 못 자는 것'을 간단한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 교정하고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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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학회장
◇면역력과 수면은 서로 영향

잠을 못 자면 몸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정기영 교수는 "잠을 안 자는 사람이 없는 만큼 수면의 영향을 안 받는 사람도 없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심혈관계질환, 치매, 면역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확실히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면역력과 수면의 관계를 강조했다. 잠을 자는 동안 면역 시스템이 재정비되는 만큼 면역력의 핵심이 수면이라는 것이다.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 같은 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수면장애를 동반한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면역력과 수면은 서로 영향을 줘서, 면역질환을 이겨내려면 잠을 잘 자야 하고, 잠을 잘 자려면 면역 시스템이 잘 정비돼야 한다. 최근 유의미한 임상 결과도 나왔다. 정 교수는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한 그룹은 잠을 잘 자게 하고, 한 그룹은 못 자게 했더니 잠을 못 잔 그룹의 항체 형성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는 연구가 있다"며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올지 모르는 현 시대에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인 30%, 치료 필요한 수면 문제 있어

수면이 중요하지만, 잠을 잘 못 자는 인구는 너무 많다. 설문 등을 실시하면 성인의 30%는 임상적 치료가 필요한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 정기영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낮에 무기력하거나, 밤에 잠들기 어렵다면 생활습관을 고치려 노력해보라"며 "그래도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수면 전문가를 찾길 권한다"고 말했다. 수면은 크게 양, 질, 리듬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적정 시간을 자야 하고, 자는 동안 깨지 말아야 하며, 일정한 시각에 잠들고 깨야 한다. 자고 일어나는 시각은 생체리듬에 좌우되는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야 개운하다"거나 "일찍 일어나야 상쾌하다"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타고난 수면 체질이 '사회 시계'와 맞지 않는 게 문제다. 여기에 좋지 않은 수면 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수면 문제는 심화된다. 수면 문제는 크게 몸 건강, 마음 건강, 뇌 인지 건강에 해를 끼친다. 심혈관계가 망가지고, 우울증이 올 수 있으며, 치매나 인지력 저하를 겪기도 한다.


◇빛 활용하고, 운동·식사 규칙 지켜야

정기영 교수가 추천하는 잘 자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빛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쓰는 형광등은 대부분 파란 빛을 띤다. 이 빛은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게 막는다. 그래서 자기 두 시간쯤 전에는 파란 빛보다 주황 빛의 조명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정 교수는 "불을 다 끄고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봐야 잠이 잘 온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평소 숙면을 못 취해 수면 욕구가 큰 상태에서 누웠기 때문에 빨리 잠드는 것일 뿐"이라며 "스마트폰의 파란 빛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이렇게 잠드는 사람은 자도 잘 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잠들기 최소 두 시간 전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안 봐야 하고, 보더라도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등을 이용하는 게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바로 햇볕을 쫴야 한다.

오후 4~5시에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잠을 잘 자게 해준다. 몸을 움직이면 잠을 촉진하는 아데노신 같은 물질이 몸에 쌓이기 시작해, 잘 시간이 됐을 때 잠을 잘 자게 해준다. 이 때문에 아침 운동은 권하지 않는다. 식사는 정해진 시각에 규칙적으로 먹도록 하자. 위장에도 생체시계가 있는데, 규칙적으로 식사하면 위장의 생체시계가 전신의 생체시계와 맞물려 잘 돌아간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생활습관으로도 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문진이나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수면 습관 문제를 찾아내고 교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