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심장이식 어려운 심부전 환자, '좌심실 보조장치'가 새로운 희망"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2/17 08:08
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_ 심부전
고령화로 심부전 환자 꾸준히 증가
말기, 이식 필요하지만 대기 길어
좌심실 보조장치가 기간 확보 도움
이식 불가능한 경우에도 치료 대안
보조장치, 심장에 연결해 평생 사용
정밀한 수술… 고도의 기술력 필요
◇심부전 환자 심장이식 대안으로 주목
국내 체내형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수술은 2012년 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76회 시행됐다. 2018년 9월 보험급여 적용 후부터는 환자 부담금이 5%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이 기간(2018년 9월~2021년 1월)에만 수술 횟수가 141건으로 크게 늘었다.
좌심실 보조장치를 삽입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심장이식을 앞둔 환자에게 이식 대기 기간 중 좌심실 보조장치를 삽입하면, 이식 전까지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이식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추후 심장을 이식하면 좌심실 보조장치는 제거한다. 또 고령이나 질환 등으로 인해 심장이식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기기를 삽입할 수 있다. 이러한 환자는 추후 심장이식을 받지 않고 좌심실 보조장치를 삽입한 상태로 살아간다. 국내의 경우 좌심실 보조장치를 삽입하는 환자 중 90%가 심장이식 전 '가교 치료' 목적으로 좌심실 보조장치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남 교수는 "심장은 간·폐·신장 등과 달리 뇌사자에 한해서만 기증이 가능하고, 연간 발생하는 뇌사자 중 심장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좌심실 보조장치는 심장이식을 대기하는 환자나 심장이식 없이 살아가야 하는 환자들에게 장기 혈류 제공, 장기 보전, 재활 기간 확보 등을 위한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리 간단하지만 높은 정확성 요구
심장 왼쪽 아래에 위치한 좌심실은 좌심방에서 들어온 혈액을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의 경우 좌심실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이때 좌심실 보조장치가 좌심실이 보내야 할 혈액 일부를 몸으로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심첨부(심장 끝 부분)에 기기와 관을 삽입한 후, 몸 외부로 연결된 컨트롤러로 펌프를 작동시키는 원리다. 윤 교수는 "작동 원리 자체는 간단하지만, 심장에 직접 연결해 평생 사용하는 장치인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삽입하지 않으면 재수술이 필요하거나, 심실 중격에 닿아 심장 구조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정확한 위치를 선정해 삽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 후 대부분 일상생활 가능
수술 후 회복 기간은 환자 별로 차이를 보인다. 보통 3~4주 후에는 퇴원이 가능한 정도로 회복되지만, 몸무게가 많이 빠진 경우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전원선이 몸 밖 배터리와 연결돼, 수영, 목욕 등 몸이 물에 완전히 잠기는 활동은 불가능하며, 이를 제외한 대부분 일상생활은 퇴원 후부터 가능해진다. 신체 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한편, 항응고제의 혈중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심각한 감염으로 장비를 교체한 사례는 한 건으로 확인된다.
◇작고 가벼워지는 기기… "기술 발전 계속될 것"
비교적 기능 정지 우려가 적은 좌심실 보조장치는 기존 인공심장보다 안전하고, 삽입한 채로 가벼운 야외 활동도 할 수 있다. 처음 기기를 삽입한 환자의 경우 수면 중 배터리와 연결되는 전원선이 걸릴 수 있는데, 이는 익숙함의 문제일 뿐 생활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현재도 관련 기술 연구·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추후 기기 경량·소형화 또한 기대해볼 수 있다. 윤영남 교수는 "향후 배터리·컨트롤러의 소형화는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병원에서도 환자를 모니터링하거나, 외부 배터리를 체내에 삽입하는 기술 등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