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개발 2년만에 60여 건 수주… 안용호 상무 "인적 자원이 경쟁력"
2010년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 의료기기와 함께 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선정했다. 당시 수년 내 바이오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바이오제약을 미래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부였다.
10년이 지난 현재, 과감한 결단은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인 총 36만4000리터의 CMO(위탁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다음 스텝은 CDO(위탁개발)·CRO(위탁연구) 사업 확장이다. 이를 통해 ‘CRO-CDO-CMO’에 이르는 ‘엔드투엔드 원스톱 서비스(end-to-end one stop service)’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CDO사업의 경우, 2018년 사업 진출 후 2년여 만에 60여건의 수주 계약을 확보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위탁개발한 물질이 지난해 3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과 1건의 유럽의약품청(EMA) CTA(임상시험계획) 승인을 통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업 전부터 축적해온 기술·노하우와 이를 통한 기술력 확보, 과감한 투자, 시장 변화 등이 모두 맞물린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DO 개발 담당 안용호 상무는 “CDO는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인적 자원 규모가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사업 진출 전 자회사를 통해 임상 업무를 수행한 인력을 확보하고 검증된 국내외 인력을 영입하는 등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왔던 것이 빠른 성장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개발부터 완제 생산까지 7개월… “시장 조사·니즈 파악·전문성 맞물린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CDO 사업의 강점은 기술력과 속도다. 특히 세포주 개발의 경우, 개발부터 원료 의약품 생산까지 6개월, 완제 생산까지 약 7개월이 소요된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보다 두 배가량 빠른 수준이다. 안용호 상무는 이에 대해 “철저한 시장 조사와 신속한 고객 니즈 파악, 전문성 등 3가지 요소가 뒷받침됐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제약사가 최대한 빨리 임상 1상에 진입해 안전성, 유효성을 확보하려는 점에 착안해, 세포주 개발 이후 배양·정제·분석·제형개발·스케일업 등을 동시 수행하고 최종 임상 1상 GMP 생산까지 가능한 공정을 수립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안 상무는 “개발 속도와 성공률을 모두 높이기 위해 개발 초기 고객사 물질을 평가한 후, 생산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조기 파악하고 있다”며 “최종 임상 1상 생산 공정을 예측한 ‘scale down model’을 활용해, 공정 변수와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개발 과정을 설계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IND(임상시험계획) 제출 서류 작성 대행 업무 또한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 1상, 상업생산 등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셈이다.
◇미국, 유럽 이어 아시아까지 전 세계로 사세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주력 시장인 미국, 유럽을 필두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CDO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개소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는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500에이커(약 61만2000평) 규모의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본사의 최신 CDO 서비스 플랫폼이 모두 구현돼 있으며, 지역 내에는 제넨텍, 암젠, 머크 등 2500여개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안용호 상무는 “세포주 개발 과정에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 개발자의 피드백이 중요하다”며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고객사와 실시간 소통하는 것은 물론, 잠재 고객들과 논의를 진행해, 향후 수주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센터 개소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 현지 바이오테크의 관심과 인지도가 향상됐으며, 수주 협의 또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향후 또 다른 미국 내 바이오테크 클러스터인 보스턴과 유럽, 중국 등에도 CDO R&D센터 증설할 계획이다.
◇전환점 맞은 CDO, 이중융합 물질 개발에 주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다중 타깃 단백질·항체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이중융합(bispecific fusion)’ 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위탁 개발 중인 물질의 약 40%가 이중융합 물질이다. 이 중에는 FDA IND 제출이 준비된 물질도 있다. 안용호 상무는 “사업 초기에는 IgG1 또는 IgG4 형태의 단일클론 항체 위주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융합단백질, 이중항체, 항체약물결합체 등 다중 타깃 단백질이나 항체가 늘고 있다”며 “최근 트렌드에 부합한 물질을 개발할 역량은 충분히 갖춘 상태다”고 말했다.
신규 세포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유전자 수준에서 안정적인 생산성을 확보하고, 각 물질 특성에 적합한 세포주를 선보여 고객사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발 원가 절감을 위한 고농도 제형 개발, 소규모 스케일 정제 기술 발굴 또한 준비 중이다. 안 상무는 “그동안 공정을 분해해 각 기술들의 효율화·최적화와 시간단축에 주력했다면, 지금부터는 품질 기반 전 주기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이를 ‘SBL CDO 2.0’으로 명명하고 CDO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R&D센터 개소 당시 향후 2~3년 내에 CDO 사업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이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 정립과 인건비 효율화, 원료 절감에 주력하고 있으며, 고급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내부 역량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안용호 상무는 “세계 최단 기간 개발 속도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항체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물질에 대해서도 항체와 유사한 개발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며 “물질 난이도와 상관없이 단기간에 고품질 약품을 개발·제공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