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드라마 ‘여신강림’ 임주경, 화장 대신 병원 찾았더라면…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2/09 15:16
‘주사염’ 화장하면 증상 악화돼
“난 여신이다. 단 화장을 지우기 전까지만”
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 주인공 임주경(문가영)의 등장 소개말이다. 드라마는 극 중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주인공 임주경이 화장으로 ‘여신’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하지만 임주경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 살았다면, 화장으로 피부질환이 더 악화해 ‘여신’은커녕 염증과 따가움증으로 일상생활까지 불편해졌을 것이다.
고려대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는 “임주경처럼 얼굴이 붉고, 우둘투둘한 발진이 난 질환을 주사염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피부 질환이 많아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하고 헤매는 환자들이 많다”며 “주사염을 가지고 있다면, 화장 대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사염, 여드름, 지루성·접촉성 피부염과 헷갈려
주사염은 코, 이마 등 얼굴 중심부를 위주로 염증이 나고 홍조를 띠는 질환이다. 유화정 교수는 “주사염은 크게 염증과 발진이 올라오는 구진(1cm 미만 크기의 솟아오른 피부 병변)·농포(고름) 타입과 얼굴이 붉어지는 혈관 확장 타입으로 나뉜다”며 “임주경은 두 증상 모두 있는 혼합형”이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홍조를 띠는 증세가 나타난다. 악화하면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면서 오돌토돌한 염증이 피부 전반에 덮이는데, 화끈거리고 간지럽고 따가운 느낌까지 들어 일상생활에까지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 충혈 등 안구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지루성·접촉성 피부염 그리고 여드름과 비슷해 오인하기 쉽다는 것이다. 잘못 진단하고 치료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지루성·접촉성 피부염은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데, 주사염이 있는 환자는 스테로이드제를 쓰면 안 된다. 혈관을 확장해 홍조를 비롯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여드름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도 문제다. 주사염이라면 피부가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 조심히 관리해야 하는데, 여드름이라 생각하고 박피술과 같은 자극적인 시술을 받으면 상태가 매우 악화할 수 있다. 또 여드름은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 있어 그냥 두는 사람이 많지만, 주사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하기 때문에 초기에 병원 진단을 받아야 한다.
질환마다 증상 차이는 있다. 주사염은 노란 염증이 든 구진·농포성 여드름이 나는 반면, 지루성·접촉성 피부염은 염증이 없는 면포성 여드름이 나는 경우가 많다. 또 주사염은 중앙부 위주로 염증이 나는데, 여드름은 주로 얼굴 외곽선을 따라 난다. 차이가 미세하거나 두 특성을 모두 가져 구분하기 어렵다면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모낭충 검사, 알레르기 검사 등을 통해 감별 후 전문의가 확진한다.
◇화장, 목욕, 음주 등은 하지 말아야
주사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악화 요인은 알려져 있다. 임주경과 같은 잦고 진한 화장은 대표적 증상 악화 요인이다. 주사염이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면밀히 골라 최대한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게 사용해야 한다. 새로운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주말이나 휴일에 얼굴 일부만 발라보고 사진을 찍어가며 본인에게 맞는지 확인 후 전체 얼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주사염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사우나 탕 목욕 등으로 느낄 수 있는 큰 온도 차, 자외선, 외용 스테로이드, 잦은 화장품의 교체, 잦은 음주, 자극적인 음식,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레드와인이나 치즈 등 생체 아민을 다량 함유한 식품 등이 있다. 유화정 교수는 “주사염은 민감한 피부를 타고났거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들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악화하는 피부 질환일 뿐”이라며 “치료를 받고,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하면 충분히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이라 생활습관 매우 중요
치료는 환자의 증상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구진·농포가 있는 경우 항염증 효과가 있는 테트라사이클린 계통의 항생제를 복용한다. 붉은 기가 있는 혈관 확장 타입의 환자라면 혈관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레이저 시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주사염은 만성 질환이라 재발하기 쉽다. 그만큼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본인에게 맞는 보습제를 찾아 외부에서 오는 피부 자극을 피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발라줘야 한다. 또 자외선이 악화 요인인 만큼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발라줘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산화티타늄이나 산화아연 같은 금속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피부 자극감을 줄일 수 있다. 오일이 함유된 세안제나 파운데이션 등의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일시적으로만 건조 증세를 완화하고 오히려 모공을 막아 피부 모낭충이 늘어날 수 있다. 세수할 때는 얼굴을 세게 문지르는 것을 피하고, 혈관에 자극이 덜 가도록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