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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환자, 일본의 30배… '집단감염' 줄지 않는 이유 있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1/08 11:36
4년 전 검사 의무화… 정부 지원은 없어 현장선 불만 커
지난해 말 부산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22명이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간호조무사 한 명이 결핵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신생아들을 돌봤다.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친 상황에서 의료계는 크게 당황했다.
산후조리원 종사자들은 결핵과 잠복결핵 의무검진 대상이다. 결핵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도 왜 매년 같은 사고가 반복될까.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결핵집단감염의 원인으로 미흡한 현행법과 함께 검사 대상에게 검사 비용 대부분을 부담시키는 검사 의무화의 방식을 지목한다.
◇결핵·잠복결핵검진 의무화, 효과는 봤는데…
결핵은 호흡기 전파 질환으로, 밀접 접촉자의 약 30%가 무증상으로 잠복감염되고, 이 중 약 10%의 감염자가 평생에 걸쳐 발병하는 감염력이 높은 질환이다. 2018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은 66.0명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일본 2.2명의 30배 수준이다.
결핵후진국 불명예 탈피를 위해 2016년 8월부터 정부는 의료기관, 산후조리업,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등 기관·학교의 장 등이 해당기관·학교 등의 종사자·교직원에게 결핵검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도 지불해야 한다.
검진의무화의 효과는 상당했다. 2017년의 경우 59만1535명이 검진을 받았다. 당초 검진 목표 41만6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전체 검진자 중 11만7654명(19.9%)이 잠복결핵 양성을 판정받았다. 2018년엔 13만2864명이 검진을 받아 잠복결핵 양성자 1만7952명이 확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은진 입법조사관은 “의무화 이후 검진자가 증가했는데도 결핵확진 비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며 “결핵검진 의무대상 확대가 결핵·잠복결핵 양성자를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돈 아끼는 정부… 교정시설 등 ‘검사 의무화’ 확대도 시급
의료계는 결핵·잠복결핵검진 의무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온전히 검진의무 대상기관의 몫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는 2016년 결핵검진 의무화 당시부터 검진 의무기관의 경제적 부담을 일부라도 덜어줄 것을 요구했다.
병원을 운영중인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직원이 100여명 정도인데 이들의 검진비만도 매년 수백만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의료기관 종사자는 연 1회 결핵검진, 종사기간 중 1회 잠복결핵검진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잠복결핵 검사비용은 의료기관이나 검사종류 등 상황에 따라 1회에 4만 원 중반~7만원 초중반 수준이다. 검사비가 저렴하지 않은데 정부지원이 전무해 검진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진 대상 기관의 재정적 부담을 정부가 덜어줘야 한다는데는 국회도 공감하고 있다. 김은진 입법조사관은 “잠복결핵검진의 비용 대비 효과를 먼저 파악해야겠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검진의무 대상을 확대해 선제적으로 결핵감염에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은진 입법조사관은 또 “잠복결핵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감시 주기를 단축·조정하고, 교정시설 재소자, 기숙학원 종사자와 같이 장기간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잠복결핵검진 의무화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