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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가 800번째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이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800례를 달성했다. 지난 2018년 9월 700례 돌파 이후 불과 2년 만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은 1992년 11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던 당시 50세의 여성 환자에게 국내 최초 심장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00명의 말기심부전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이어주고 있다.

국내 전체 심장이식 수술의 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풍부한 수술 경험과 심장이식 후 치료 노하우를 갖췄다. 특히 심장이식팀과 장기이식센터는 뇌사자 발생시 신속하게 이식대상자를 선정하고, 심장이식 코디네이터가 수술 전후 환자들의 교육을 담당하면서 이식 후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의 이식 후 생존율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이다. 1년, 5년, 10년 생존율은 각각 95%, 86%, 76%를 기록해 국제심폐이식학회의 81%(1년), 69%(5년), 52%(10년)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심장이식 기관들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고위험의 말기 심부전 환자들의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성공적인 수술이 가능한 만큼 심장이식 후 환자의 생존율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진 심장이식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강한 2.98kg 남자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심장이식은 높은 수술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뇌사자 기증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정된 기증자 또는 기증된 심장의 상태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심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심장이식 대기기간이 길어지면 말기 심장질환으로 이어져 필요하면 기계순환장치로 생명을 유지하게 되고, 대기가 더 길어지면 다른 장기의 기능 저하 및 전신상태 악화로 심장이식 후 결과가 나쁘거나 때로는 심장이식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은 이식 대기의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자 지난 28년간 심부전 환자들의 치료경험과 심장이식수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심실보조장치(인공심장) 이식’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좌심실보조장치는 심장이식 대기자들이 심장이식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거나 심장이식을 받을 수 없는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는 영구적인 치료 방법의 하나다. 심장이 약해져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할 수 없는 심부전 환자의 좌심실에 펌프를 이식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줄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좌심실보조장치 수술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장기간 심장이식 대기로 상태가 악화돼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의 도움을 받으면서 심장이식을 받는 비율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일부 심각한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 좌심실보조장치 수술 후 폐동맥 압력을 재평가해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보다는 뇌사자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심장이식 시행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심장이식 대기자 수에 비하면 여전히 기증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작년까지 국내에 등록된 심장이식 대기자 수 593명 중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 수가 194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800번째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이재원 교수는 “약물 등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 심부전 환자는 심장이식이나 심실보조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치료 방법을 적절한 시기에 결정하고 수술 전 환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부전 환자의 치료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장이식센터 정성호 소장(흉부외과 교수)은 “국내 심장이식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장기 기증자가 부족해 아직도 많은 말기 심부전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심장이식은 뇌사 기증자에 의존하는 만큼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