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시니어 38화]

누구나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손주가 있는 시니어들은 아직 제대로 은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바로 ‘황혼 육아’ 때문이다. 대다수의 시니어들이 은퇴 후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겠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를 보면 자연스럽게 육아에 시간과 정성을 쏟게 된다.
시니어들의 육아 참여가 증가한 것은 맞벌이 부부가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황혼육아 비율이 2009년 33.9%에서 2012년 50.5%로 급증했다. 전국의 맞벌이 가구는 500만 가구가 훌쩍 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내리사랑도 건강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황혼 육아를 하는 조부모들이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로 우울 증상이 심해진다는 사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육아는 매우 고된 노동이다. 하지만 황혼 육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시니어들은 대체로 뼈와 근육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시니어에게서 쉽게 발생하는 질환은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 내부에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손목터널(수근관)이 두꺼워지거나 압박을 받아 손목터널을 지나는 정중신경을 누르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손목에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부담으로 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대부분은 시니어 여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17만7066명이었으며, 그 중 여성 환자는 13만3137명이었다. 여성 환자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50대 이상 시니어가 약 75%를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주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육아는 손목 건강에 치명적이다. 무거운 아이를 달래기 위해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손목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리게 되면 손바닥과 손가락 등에 감각이상과 통증이 발생한다. 다양한 증상 중에서도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만약 손목통증이 지속된다면 잠들기 전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는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육아를 하는 도중 손목통증이 지속된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추나요법과 약침, 침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우선 추나요법을 통해 통증이 원인이 되는 손목 관절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해준다. 이후 정제한 한약재 추출물을 약침 형태로 경혈에 주입해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고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촉진시킨다. 또한 침 치료를 병행해 손목 근육을 자극하고 주변 경락을 소통시켜 손목터널증후군 증상 완화를 돕는다.
황혼 육아를 하면서 손목 부상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육아용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육아를 시작하지 전 잊지 말고 손목보호대를 착용해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 육아 후에는 40도 정도의 온수에 손과 손목을 담가 10분 가량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손목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필자는 시니어들이 사랑스러운 손주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 만큼 본인의 몸에도 많은 신경을 쓰길 바란다. 자녀들 보다는 육아에 익숙하겠지만, 척추와 관절 등은 과거 보다 많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니어들의 노년 생활에는 황혼 육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니어들이 건강하게 황혼 육아를 졸업하고, 또 다른 즐거운 인생을 계획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