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침입 수월해져… 전파력 강화 여부는 미지수"
영국에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VUI-202012/01)가 나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아시아 등 50여 개국에서 영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외신에서는 ‘슈퍼’ ‘돌연변이’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변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에는 우한에서 첫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이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많이 퍼졌다. 유독 이번 영국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뭘까.
◇전파력 빠르고,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돼
VUI-202012/01는 지금까지 나온 변종보다 전파력이 높고, 면역 체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까지 변이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이 바이러스를 지난 14일 처음 공개한 뒤 나흘 만에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속도가 빠르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RVTAG)의 보고서에 따르면 VUI-202012/01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속도가 평균 71% 더 빨랐다. 이 바이러스는 9월 중순 켄트와 런던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11월 런던 확진자의 28%가 VUI-202012/01 감염자였다. 지난 9일 기준으로는 그 비중이 무려 62%로 급격히 늘었다.
바이러스의 체내 세포 침투에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긴 것도 VUI-202012/01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매달 평균 1~2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VUI-202012/01는 23개의 유전암호 변이가 있었다. 이중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솟은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변이도 포함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라비 굽타 교수는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아진 게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 때문이라 설명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와 결합하는 부분이 변이돼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하기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NERVTAG의 닐 퍼거슨 임피리얼 칼리지 교수는 지난 21일 데이터 분석 결과 VUI-202012/01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어린이를 감염시키는 경향이 더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과한 우려보단 일단 지켜볼 일”
전문가들은 아직 확실한 게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지는 걸 오히려 더 경계했다. VUI-202012/01의 전파력이 정말 더 높은지 확언하기엔 데이터가 부족하고, 백신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데이터만 분석해 발표된 VUI-202012/01의 전파력은 일각에서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이나 기후 상황이 개입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런던은 최근까지 거리 두기 단계가 낮은 편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강해지는 겨울철이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노팅엄대 바이러스학 조너선 볼 교수는 “지금까지 공개된 증거는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높아졌다고 확언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데이터만 보고 오판한 선례도 있다. 스페인 변종 바이러스도 처음 출현했을 때 전파력이 강하다고 했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여름휴가로 전파가 많이 됐던 것이었다.
백신의 효과도 지속될 확률이 높다.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체내에서 만들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 VUI-202012/01에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있어 백신 효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하나의 백신으로 딱 한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 항체가 생기는 게 아니다”며 “다양한 항체가 작용하기에 변이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러스가 더 많은 변이를 거치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유전자 변이에 맞게 다시 배열을 편집하면 된다"며 "백신 무력화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UI-202012/01의 치사율도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종 바이러스, 국내에선 아직 미발견
방역 당국에 따르면 VUI-202012/01는 아직 국내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영국에서 유입된 확진자에 대해 21건 정도 바이러스를 분리해 유전자 검사와 변이에 대한 분석을 시행했고, 해당 변이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바이러스 변이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해외유입 양성자의 검체를 확보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23일)부터 31일까지 영국발 항공편 운항도 일시 중단된다. 영국 내 격리면제서 발급도 중단해 영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14일 자가 격리를 하게 된다. 또 영국발 입국자는 격리 해제 후에도 추가로 검사를 받아 최소 2번 검사를 받는다. 입국 심사 때도 발열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낮춰 다른 나라 입국자보다 엄격하게 검사한다.
한편 VUI-202012/01는 현재 영국에서 덴마크, 호주, 핀란드, 네덜란드 등으로 전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