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무지외반증, 빅데이터 통해 맞춤 수술한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
입력 2020/12/16 06:31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37)
빅데이터 활용은 이미 의료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미래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예측한다거나, 암환자들의 빅데이터를 통해 환자별로 암세포를 분석해 약을 투여하는 암 정밀진단 사업이 그 예이다.
필자가 근무 중인 연세건우병원에는 10~30년 이상 무지외반증 임상 경험을 갖춘 5명의 족부의사가 있다. 그 동안 국내외 족부학회에 발표한 데이터와 SCI 저널 논문 게재를 위해 모아놓은 임상 데이터만 수 만례가 된다.
우리는 지난 6년간 이 데이터에 대한 분류화 작업을 거치고 분석을 통해 성별·유전성·신발 및 보행 습관·동반질환 등 데이터를 정형화 했다. 이에 따라 환자 한 명 한 명에 필요한 맞춤형 무지외반증 수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의학과 ICT 융합으로 시작된 맞춤형 건강 향상이란 목표에 현대 의학이 얼마큼 근접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무지외반증 치료는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 경도- 중등도- 중증 병기를 구분해 병기에 맞춰 치료하는 것을 선별 치료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낸 정형화된 데이터를 수학 공식에 대입하듯 환자 한 명 한 명의 개인적 특성에 대입해 정답을 찾는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기성 정장을 입던 방식에서 이제 모든 환자가 맞춤형 정장을 입게 된 것이다.
적용 예를 보면 기존의 말기 변형 환자는 단일절개 복합교정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의 데이터를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입해 최소침습(MIS) 수술을 적용했던 환자와 일치한다면 이를 적용한다. 물론 반대로 중등도 변형이라도 개인의 지표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면 최소침습이 아닌 단일절개 복합교정술을 시행한다.
또한 무지외반증을 악화시키고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발의 아치 및 소족지 변형 역시 데이터상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무지외반증 치료 시 한 번에 원스톱으로 모두 치료, 번거로움과 부담을 줄인다. 이 모든 것은 빅데이터 분석과 정량화 이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빅데이터로 시작된 맞춤의학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이롭다. 수 만례의 성공적인 수술 데이터는 기존의 병기 분류와 단순 확률 통계, 의사의 임상 경험에 의존함으로써 초래됐던 실수는 최소화하고 성공률은 높일 수 있다. 의료기관의 종별, 지역에 따른 불균형 문제도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어떤 병원, 의사가 치료하더라도 표준화 될 수 있다.
실제 필자의 병원에서는 지난해부터 발목연골손상의 줄기세포 치료와 함께 족부질환 빅데이터 심포지엄와 콘퍼런스를 기획해 올해 개최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의학계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빠르고, 완벽한 치료 방법 도입을 위해 의료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 학문적 교류에 개방적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치료를 고민한다면 기존의 고정관념과 싸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당신이 아는 어제의 치료보다 오늘의 치료는 분명 더 나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