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60계단 오르는 데 몇 초? '심장 건강' 알 수 있습니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2/15 07:30
1분30초 이상 걸리면 검사 받아야
코로나19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운동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는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든 지도 벌써 일 년째다. 이로 인해 건강 악화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불안감에 건강검진조차 꺼리는 사람도 많다.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볍게 집 근처의 계단이라도 올라보자. 최근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계단 오르기'만으로 심장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60계단, 1분 30초 이상 걸린다면… '건강 의심'
스페인 아코루냐 대학병원 연구진은 움직일 때 심장 통증이나 숨 가쁜 증상이 있어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러닝머신을 뛰게 한 후, 심장 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60계단을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해 심장 영상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60계단을 오르는 데 1분 30초 이상 걸린 사람의 58%는 영상 검사에서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 이내에 계단을 오른 환자 중에서는 32%에서만 문제가 발견됐다.
계단을 오르는 속도로 사망률도 유추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러닝머신을 뛰는 동안 '대사 당량(MET, Metabolic Equivalent)'도 측정했다. MET는 운동 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동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말한다. 60계단을 오르는 데 1분 30초 이상 걸린 사람은 8MET 미만을 소비했고, 40~45초 걸린 환자들은 9~10MET를 소비했다. 계단을 오르는 속도가 느린 사람은 운동할 때 소모하는 에너지가 더 적다는 것이다. 운동 검사 결과가 8MET 미만인 사람은 사망률이 10년간 30%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주도한 심장 전문의 헤수스 피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심장질환 의심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계단 오르기는 심장 건강을 평가하는 간단하고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60계단을 오르는 데 1분 30초 이상이 걸린다면 건강 상태를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 확인만? 조금 더 오르면 심장질환 '예방'
계단 오르기는 건강 상태를 간단히 점검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체력을 길러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이기도 하다. 계단을 오를 때는 평지를 걷는 것보다 1.5배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심장은 혈액 속 산소를 온몸으로 더 많이 내보내기 위해 빠르게 뛰고, 호흡수가 증가하며 심폐 기능이 강화된다. 실제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에서는 10층 계단을 1주일에 두 번만 올라도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이 20%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60kg의 성인이 계단을 10분만 올라도 74kcal의 열량을 소모한다.
계단을 오를 때 속도는 숨이 차면서 대화는 가능한 정도로 조절해야 적당하다. 다만, 이미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갑작스럽게 계단을 올라 무리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강도를 결정하는 게 좋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균형감각이 떨어진 노인도 낙상 위험이 있어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손잡이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