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아이 많이 낳은 여성일수록 젊음을 오래 유지한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美 연구팀 “3~4회 출산 여성, 노화 속도 가장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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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경험이 3~4회로 많은 여성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폐경 후 노화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출산을 하고 난 후, 하루아침에 "늙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산모들이 많다. 그만큼 출산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출산 직후에도 모유 수유를 위해 상당량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3~4회로 많은 여성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폐경 후 노화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경험이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 경험 없는 여성, 더 '빨리' 늙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418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출산 횟수와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평가했다. 노화 정도 평가를 위해서는 ▲대사 건강 ▲신장·간 기능 ▲적혈구 상태 ▲면역 기능 ▲염증 정도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출산 경험이 3~4회인 여성은 출산 경험이 없거나 1~2회인 여성보다 '노화 속도'가 느렸다. 특이하게 출산 경험이 5회 이상으로 매우 많은 여성은 노화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출산 횟수와 노화 속도의 상관관계가 U자 형태의 그래프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출산에 따른 노화 속도는 출산 직후부터 달라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 폐경 이후부터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폐경 전까지 분비되는 '난소 호르몬(ovarian hormone)'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난소 호르몬은 세포가 노화되는 것을 일부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폐경 전에는 난소 호르몬의 작용으로 노화 속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다가, 폐경 후 난소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출산과 연관된 노화 가속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산은 '폐경 시기' 늦춰… 심혈관질환 위험도 줄어
그렇다면 출산 여부가 폐경 후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나타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출산이 '폐경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실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폐경 시기가 늦어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질환과 연구팀이 1만2761명의 폐경 여성을 조사한 결과,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보다 폐경 나이가 1.59세 빨랐다.

폐경을 일찍 겪을수록 심혈관질환·골다공증 등 여러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조기폐경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33%, 뇌졸중 위험이 42% 높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조기폐경 여성 중에서도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자녀를 둔 여성보다 심부전 위험이 최대 70%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출산 경험이 없으면 폐경 시기가 빨라지고, 이른 폐경은 건강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팀은 폐경 시기 외에도 ▲임신·출산·수유 등과 관련된 다양한 호르몬의 영향 ▲출산 횟수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배경 ▲반대로 건강하지 못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에 참여한 웨일론 헤이스팅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출산이 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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