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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전성시대… 장내 세균이 암·비만·심장병까지 좌우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2/02 06:58
장내 세균의 재발견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게놈(genome·유전정보)'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손가락 지문처럼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차이에 의해 알레르기·아토피·비만부터 장염·심장질환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환의 발병률이 좌우된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은 95% 이상이 장에 살고 있어, 장내 세균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유해균 많으면 치매 위험도 높아져
장내 세균총(總) 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건강한 비율이 깨지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 장내 유익균이 면역세포 활성화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해균 비율이 많아지면 장내 방어벽 기능이 약해지고 장 점막이 손상된다. 이로 인해 장관 내에 존재하던 병원균, 독소 등이 혈류로 유입돼 감염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
장내 세균이 치매 유발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팀은 뇌 안에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축적해 치매를 유발시킨 쥐의 장내 세균총과 정상 쥐의 장내 세균총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치매 쥐에게 정상 쥐의 분변을 이식해 장내 세균총의 변화를 유도한 결과, 뇌 안의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감소하면서 전신 염증 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역시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균이 정상 환자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밝혔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인체에 이로운 균이다.
건강한 장내 세균총이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연구팀은 '무시니필라'라는 장내 세균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항암제 반응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체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면 암세포 사멸이 촉진된다는 원리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유익균 늘려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는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익한 유산균 증식'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원활' 기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프로바이로틱스 제품을 고를 때는 균수, 장내 생존율, 프리바이오틱스 함유 여부를 따져보는 게 좋다.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장까지 살아 도달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생존율을 높이는 기술력이 적용된 제품이 효과가 크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아하는 영양분으로, 유익균 증식률을 높이고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보려면 한 달 이상 꾸준히 먹어야 한다. 식약처가 지정한 프로바이오틱스 일일 권장량은 1억~100억 마리다. 권장량 이상 과다 섭취 시에는 장내 가스 발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