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연골 손상, 관절염의 지름길… 시작되면 저절로 회복 안 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1/27 09:09
[전문의에게 묻다]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유재두 교수
우리 몸에서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되는 기관이 바로 ‘연골’이다. 연골에는 혈관이 없기 때문. 연골 손상이 계속되면 결국 관절염으로 진행한다. 3~8mm 두께의 연골은 평생 아껴써야 관절염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 연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무릎 연골의 경우 완전히 닳게 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 전에 연골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유재두 병원장(정형외과 교수)을 만나 연골 손상의 위험과 최근 시도되고 있는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무릎 연골 손상은 왜 발생하나
연골은 뼈 끝에 달려있는데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 중 하나이다. 마찰 계수가 적기 때문에 뼈와 뼈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연골 손상은 크게는 운동이나 교통사고와 같이 충격으로 인해 인대 손상과 같이 동반되어 오는 ‘일회성 손상’과, 무릎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연골 손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무릎을 꿇고 작업하거나 반복적으로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손상이 그렇다. 흔히 운동선수들이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외상에 의해 연골 손상이 발생한다. 축구나 농구와 같이 무릎에 회전이 많이 발생하는 운동이 연골 손상 위험이 높다. 또 하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나이가 들면서 무릎 주변 인대나 연골이 노화가 오면서 생역학적으로 균형이 무너지면서 관절 연골이 닳아서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연골은 피부처럼 다시 재생이 안되나
뼈는 부러진 뒤 붙으면 정상 기능을 회복하지만, 연골은 한번 결손이 생기면 자연 재생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 이유는 연골 자체에는 복원할 수 있는 세포 수가 워낙 적고, 고립되어 있어서 조직 재생을 할 수 있는 혈관도 없다. 영양분도 관절액으로부터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연골이 손상되거나 마모되면 자연 치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골 손상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약 1㎠ 정도로 연골 손상 부위가 작을 때는 증상 없이 잘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결국 연골 손상은 시간의 문제여서 언젠가는 큰 결손으로 발전하고, 그게 방치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골 손상이 일어나면 결손 부위 주변으로 스트레스가 집중이 되다 보니, 마치 모래 언덕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처럼 연골 결손이 확대된다. 파도가 치면 모래가 조금씩 쓸려나가는 것처럼 연골 결손 부위 경계가 조금씩 넓어지고 결손의 깊이도 깊어진다.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나
증상이 있고 비교적 결손의 크기가 크다면, 특히 젊은 나이에서는 빨리 치료하는 것이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2~4㎠면 중등도 연골 결손이라고 진단하는데, 결손의 크기가 그 정도이고 환자가 증상을 호소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연골 손상 의심 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무릎이 붓고 통증이 있거나, 무릎을 굽히거나 펼 때 어긋나는 느낌이나 걸리는 느낌이 있는 경우 연골 손상을 의심 해볼 수 있다. 연골판 파열도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지만, 그런 경우 MRI 촬영을 통해 정확히 진단을 내린다. MRI 촬영을 통해 연골 부위만 좀 더 집중해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X-ray 상으로는 관절 간격을 보면서 연골 손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연골 손상을 판단하기도 한다. 연골 손상은 X-ray상 변화가 관찰이 되면, 결손이 크거나 진행된 경우다.
-연골 손상이 의심되고 증상이 있다면 어떤 치료부터 시작하나
어느 정도 결손이 크고 증상이 있다면, 미세 천공술과 자가연골 이식술을 시행한다. 가장 쉽고 오랫동안 시행해온 수술은 미세 천공술이다. 본인 뼈에다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서 출혈이 일어나면 세포들에 의해서 연골 손상 부위가 재생되면서 수복되는 치료법이다. 다만, 결손 부위가 크면 결과가 안 좋기 때문에 작은 결손이 있는 경우 할 수 있는 시술이다. 근래의 연구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미세천공술은 지속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실제로 시술 후 약 5~6년이 지나면 시술 부위가 다시 탈락되는 경우가 있다. 재생된 연골이 내시경 상으로는 하얗게 잘 덮여있으나, 정상 연골보다는 강도가 떨어진다는 제한점도 있고, 고령에서 시술이 어려운 점도 있다.
그 다음은 몸 속 연골 세포를 채취한 뒤 연구실에서 배양해 결손 부위에 채워 넣는 세포이식술이 있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무릎 연골에서 세포를 채취·배양한 후 결손 부위에 이식한다. 이 시술의 제한점은 나이가 비교적 젊을 경우 시행해볼 수 있으나, 고령 환자는 무릎 연골도 노화되기 때문에 채취한 세포가 잘 배양되지 않는다. 그래서 50세 미만에서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가 돼 있다. 문제는 연골 손상으로 고생하는 환자 대부분의 연령대가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환자 본인의 늑연골에서 세포를 채취·배양해 만드는 ‘자가늑연골 세포치료제’ 치료법이 새롭게 개발되었다.
-늑연골에서 어떻게 세포를 채취하나
갈비뼈 아랫 부분(8,9,10번 중)에서 엄지 손톱 반정도 크기의 늑연골을 떼어내 배양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굉장히 큰 수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채취하는 수술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미 자가늑연골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 전부터 이비인후과나 성형외과에서는 코 미용 성형이나 귀 재건 수술 등에서 많이 시행해왔던 수술이고, 안전성이 증명되어 있는 수술법이다. 늑연골 세포를 채취한 뒤 6주 정도 배양을 한다. 배양 후 세포가 충분히 증식하면 그것을 연골 결손부위에 넣어주는 수술을 한 번 더 한다. 늑연골은 무릎 연골보다 세포 증식 능력 및 초자연골(정상 연골) 형성 능력이 약 30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어, 배양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가늑연골 세포치료제가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가늑연골 세포치료제의 대상 환자군은
3~4기 정도의 깊이 연골 결손을 가진 환자(심한 연골 손상 환자)나 MRI상 연골 결손이 50% 이상 관찰된 환자에서 시행한다. 꼭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아니더라도 외상에 의해 연골 손상이 깊이 생긴 경우 시행이 가능하다. 아직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싼 치료 비용이 단점이다.
-관절 내시경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연골 결손으로 관절내시경 수술을 하는 경우는 떨어져 나온 연골 조각을 제거할 때이다. 또, 자가늑연골 세포치료제, 동종유래줄기세포 치료제 경우에도 이식을 할 때 관절내시경을 이용한다. 작게 절개하므로 통증도 훨씬 적고 회복도 빠른 것이 장점이다.
-연골을 잘 지킬 수 있는 생활 속 예방법은
연골에 제일 해로운 것이 무게다. 너무 큰 하중이 반복적으로 연골에 가해지면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진다. 때문에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체중을 1kg만 줄여도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은 약 5kg정도 줄어든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면 연골 스트레스도 줄고 연골이 손상되는 진행 속도도 늦어지고 보호된다.
두 번째로, 연골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다. 쪼그려 앉기, 무릎 꿇고 앉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세들을 피하는 것이 연골 손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연골 손상이 좀 있더라도 통증을 잘 견디는 사람이 있다. 운동을 통해 비교적 다리 근육이나 무릎 주변 근육이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