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대동맥, 늘어나도 無증상… 터지면 90%는 급사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1/18 20:00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으로,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내주는 고속도로와 같다. 이 대동맥은 직경이 확장돼 아무런 증상이 없어 수년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한 번 늘어난 대동맥은 약물치료로 되돌릴 수 없고, 파열·박리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갈수록 늘고 있는 마르팡증후군 환자는 대동맥 확장증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늘어난 대동맥, 약물치료로 되돌릴 수 없어
건강한 성인의 대동맥은 직경이 3cm 내외이다. 그러나 노화·고혈압 등으로 인해 퇴행성 변화가 오거나, 유전 질환으로 인해 대동맥벽이 선천적으로 약해지면 일정 부위의 대동맥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대동맥류' 또는 '대동맥 확장증'이라고 한다. 늘어난 대동맥은 약물치료로 되돌릴 수 없다. 영상 검사를 통해 확장된 부위의 직경을 측정해 심하면 스텐트 삽입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이뤄진다.
'대동맥 근부' 터지면 90%가 급사할 정도로 위험
심장에서 대동맥이 시작되는 2~3cm 길이의 부위를 ‘대동맥 근부’라고 하는데, 이 부위의 확장은 다른 부위보다 훨씬 위험하다.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파열·박리가 발생하면 급사 위험성이 매우 높다. 또한 대동맥 근부가 확장하면 인접한 주위 조직도 함께 늘어나 심장 기능 부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는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80%는 급사하고 살아남은 20% 환자의 절반 이상도 병원 도착 전 사망한다"며 "증상이 없어도 대동맥 근부를 포함한 상행 대동맥의 직경이 5.5cm 이상으로 늘어나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마르팡증후군 등 기저질환 있으면 특히 조심
대동맥 근부 확장증은 '마르팡증후군'이나 '이엽성 대동맥 판막증'을 가진 환자에게 잘 생긴다. 마르팡증후군은 조직의 일부가 선천적으로 약해진 상태로, 높은 혈압으로 인한 혈관의 팽창에 저항 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조상호 교수는 "마르팡증후군 환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동맥 확장증"이라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 세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 센터에 따라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동맥 합병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대동맥 판막 역류증이 악화하는 경우 ▲지난 1년간 확장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5cm 미만이어도 예방적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마르팡증후군 환자 증가, 대동맥 근부 확장증도 늘어날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6년에 인구 10만 명 당 0.90명이던 국내 마르팡 증후군 유병률은 2013년 2.27명으로 2.5배 증가했다. 2019년에는 1570여 명의 환자가 보고돼 10만명 당 3.02명으로 환자 수는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의 분포를 보면 10대에서 새롭게 진단을 받은 환자도 증가했고,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40대 이후의 환자들도 증가해 향후 대동맥 근부 확장증의 유병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치료법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벤탈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과 재료가 발전하며 늘어난 판막 주위 조직을 알맞은 크기로 고정하고, 대동맥 판막의 기능은 보존하면서 확장된 대동맥 근부를 치환해 주는 수술(판막 보존형 근부치환술, 근부재건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벤탈 수술과 비교해 수술 사망률 및 성적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호 교수는 "대동맥 근부 수술은 발병 원인과 대동맥의 확장 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해야 하고, 수술 전 CT·경식도 심장 초음파 등 검사를 토대로 대동맥 근부의 구조적 관계를 철저히 평가해서 환자 개개인에 가장 적절한 수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