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을 때 사타구니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면 '고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관절염은 골반과 다리를 연결해주는 '엉덩이 관절'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대부분 앞뒤로 움직이는 무릎 관절과 달리 고관절은 앞뒤, 좌우로 움직이거나 회전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운동 범위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조금만 손상이 생겨도 정도가 급속히 나빠지고 통증도 심하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김태영 교수는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걷는 게 어려워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져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연령대의 고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 여가 활동이나 건강 관리를 위해 레포츠, 등산 등의 활동을 자주 하면서 고관절에 무리를 준 타시다. 또 서양식 식습관으로 인해 비만한 경우 관절에 하중이 많이 가해지면서 고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무리한 스트레칭이나 관절 운동으로 뼈와 뼈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연골 손상도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고관절염이 생기면 고관절을 덮고 있는 매끄러운 연골이 닳아 없어지고, 뼈와 뼈가 서로 부딪히며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고관절염 초기에는 사타구니 부위가 불편한 데 그친다. 무리하게 움직이는 경우 사타구니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악화될수록 사타구니 통증과 더불어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까지 발생한다. 심하면 무릎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하는데, 초기에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다리를 절뚝거린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염은 허리 질환과 혼동하기도 쉽다. 김태영 교수는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면 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을 떠올리지만, 고관절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의외로 흔하다"고 말했다.
고관절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 발견이다. 고관절에 통증이 있거나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고, 걷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삐걱거림이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더라도 진료를 받는 게 좋다"며 "심각한 관절염으로 진행되기 전에는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관절염은 보통 방사선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방사선 검사에서도 발견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MRI를 활용한다.
고관절염은 발생 원인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차성 고관절염은 대체로 노화, 비만,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한 복합적인 요소에 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차성 고관절염은 특정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고관절 이형성증, 고관절을 이루고 있는 뼈 중 하나인 대퇴 골두가 괴사하는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 감염으로 인한 관절 손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고관절이 심하게 닳은 상태에서는 수술을 해야 한다. 관절 연골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젊은 층에서는 관절염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 또는 불안정한 관절형태의 뼈를 절골해 안정적인 형태로 만들어 주는 절골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고령 환자이며 관절 연골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을 때는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