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물샐 틈 '있는' 적외선 열 카메라… 발열 환자 90% '통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1/16 17:11
카메라론 3명, 수동 체크 땐 17명 '발열'
공항에서 흔히 사용하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 체온을 빨간색·노란색·파란색 등으로 표시하며 37.5도 이상의 발열 환자를 걸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은 물론 관공서·식당·회사에서도 흔히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의 열 감지율(체온 37.5도 이상의 환자를 판별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명의 발열 환자 중 3명만 걸러내고, 17명은 수동 체온 측정 검사에서 확인됐다는 조사가 나왔다.
열 감지율 0.002%에 불과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 연구팀이 올해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5일 간 병원 문 앞에 설치된 7개의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의 열 감지율을 조사했다. 카메라를 통과한 14만 3800명 중에 37.5도 이상의 발열이 있는 3명이 확인돼, 열 감지율이 0.002%였다. 연구팀은 적외선 카메라를 통과해 병원에 들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호사가 수동으로 체온을 다시 측정하게 하고 그 결과를 비교했다. 31명의 간호사가 각 진료과 외래 데스크에서 총 9만 7400명의 체온을 직접 측정한 결과, 37.5도 이상 발열이 있는 17명을 확인했다. 열 감지율은 0.02%였다. 추가로 발열이 확인된 17명은 병원 문 앞에 설치된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했기 때문에,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가 17명의 발열 환자를 놓친 셈이 된다. 김성한 교수는 “간호사의 수동 체온 검사에서 약 10 배 많은 발열 환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의 민감도(실제 환자가 검사로 양성 판정을 받는 비율)는 크게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민감도가 15%에 불과했다. 앞서 인플루엔자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민감도 연구에서는 일본 6.6%, 뉴질랜드 5.8%로 역시 낮게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는 독립적인 발열 검사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성한 교수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는 외부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부정확하므로, 감염병 고위험 시설인 병원에서는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열 체크 미흡하지만, 발열 외 증상도 체크해야
김 교수는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5일 간 병원 내원객 중 20명이 실제 열이 났지만 3명만 잡아내고 17명에서는 간호사가 수동으로 체온 체크를 해서 잡아냈다는 것”이라며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가 완벽하지 않으니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간호사 인력을 투여해 수동 체온 측정을 해야 할까? 적외선 카메라가 발열 환자를 잡아내는 데에는 미흡하지만, 추가 의료 인력을 투여할 만큼 코로나19에 ‘발열’이 주요 증상이 아니라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실제 코로나 환자의 3분의 1만 발열이 주요 증상"이라며 "나머지 3분의 1은 몸살·인후통·후각상실 등 발열 이외 증상이 나타나며, 나머지 3분의 1은 무증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는 등 확진자 선별이 중요할 때 수동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선별 문진표를 통해 발열 외에도 몸살, 인후통, 후각상실 같은 다른 증상을 확인해야 하며, 체온만 정상이라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마스크도 잘 착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잘 지켜져야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