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좌식생활 고려한 '한국형 인공관절' 개발… 수술 후 '느낌'이 다르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인공관절 수술의 진화

고령화 사회가 되며 노인성 질환인 '퇴행성관절염'이 나날이 늘고 있다. 2019년 퇴행성관절염 환자 수는 296만8567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인데, 실제로는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약 768만명임을 고려하면, 노인 2~3명 중 1명이 퇴행성관절염을 겪는 것이다. 퇴행성관절염은 이처럼 매우 흔해서 소홀하기도 쉬운 질환이다. 그러나 당장 상태가 심하지 않다고 방치하면 스스로 걷기도 어려운 4기로 이어지기 쉽다.




이미지




이미지

서울나우병원은 자체 개발한 ‘한국형 인공관절’로 환자의 통증과 불편감을 줄이고 있다. 최소절개법과 수술 시간 단축으로 무수혈 수술을 진행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퇴행성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수술이 두려워 병원 가기를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관절염은 진행될수록 관절뿐 아니라 주변의 인대, 힘줄, 근육까지 망가트린다. 무릎 위·아래에 있는 관절까지 영향을 줘 허리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 관절이 대부분 닳아 없어진 4기가 되면 수술을 해야만 한다. 수술을 미룰수록 예후는 나빠지고, 수술 후 재활 치료도 더욱 힘들어진다. 서울나우병원 류호광 원장은 "비수술적 치료를 3개월 했음에도 호전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래야 예후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국내 첫 '한국형 인공관절'… 더 편하게, 오래

의료기술이 발전하며 인공관절 수술법도 진화를 거듭했다. 인공관절술은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인공관절 또한 서양인의 관절 형태에 맞게 제작됐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머리나 피부색이 다르듯 관절 부위도 해부학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슬개골 뼈가 만나는 대퇴뼈의 앞쪽 전면부가 더 좁다. 또한 전면부 모양이 서양인에 비해 사다리꼴 형태에 더 가깝다. 류호광 원장은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좌식생활을 더 많이 하므로 인공관절의 크기와 무릎의 크기가 맞지 않으면 무릎 굴곡에 따라 통증이나 불편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나우병원 강형욱 이사장은 해외와 국내에서 여러 차례 수술하며 경험한 결과, 서양인과 동양인의 관절에 차이가 있음을 몸소 느끼고 '한국형인공관절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인공관절을 만들기 위해 한국인 357명의 무릎 대퇴부를 측정했고, 이를 토대로 국내 최초 '한국형 인공관절'을 개발했다. 2016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일반 서양형 인공관절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비교적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나우병원에서는 자체 개발한 한국형 인공관절을 이용한 수술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지

서울나우병원 제공
◇대퇴신경차단술, 물리치료 등으로 통증 최소화

인공관절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통증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나우병원은 환자들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맞춤형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예기치 못한 통증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대퇴신경차단술'을 병행한다. 대퇴신경은 무릎 부위 통증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이다. 이 부위에 통증 조절 약제를 투약해 운동기능은 살리면서 감각기능만 일시적으로 차단한다.

서울나우병원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퇴신경차단술을 받은 환자는 60~80% 정도 통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입한 약제는 수술 후 가장 아픈 시기인 2~3일 동안만 지속된다.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까지 서울나우병원에서 대퇴신경차단술을 시행한 환자 중, 운동기능 마비로 재활에 어려움을 겪은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밖에도 독일 물리치료학회 인증프로그램을 수료한 전문 치료사들이 환자 맞춤형 물리·재활치료를 진행하는 등 통증 완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환자 위험 줄이기 위해 무수혈·감염 0% 도전


서울나우병원은 출혈 위험을 줄이고자 무수혈 수술을 위한 'NOW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먼저 최소절개법으로 연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출혈량을 줄인다. 수술 시간이 길수록 출혈량도 늘어나므로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출혈량을 30~50%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양압클린수술실' 등 대학병원 수준의 시설을 갖췄다.

류호광 원장은 "감염은 환자에게 무척 괴로운 일이므로 가장 조심해야 한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의료진 교육도 실시한다"고 말했다. 보통 감염 합병증 발생률은 1~2%(대한슬관절학회지)인데, 서울나우병원의 감염률은 최근 3년간 0.1%로 '감염률 0%'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지

서울나우병원 류호광 원장 인터뷰

"인공관절 수술 두려워 마세요…통증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과거 인공관절 수술의 목적은 단순히 걸을 수 없는 환자를 걷게 해주는 데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서도 통증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목적이 바뀌고 있다. 올해 개원 18주년을 맞은 서울나우병원에서는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5930례 진행한 숙련된 의료진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의 가장 큰 고민은 ‘통증’과 ‘재활’이다. 류호광 원장은 “통증이 두려운 환자들에게는 본원에서 제공하는 복합 통증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증 관리를 받지 않은 쪽 다리와 비교했을 때, 통증 관리를 받은 쪽 다리는 최대 80%까지 통증이 감소한다.

“수술 후 정말로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재활이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환자들에게는 같은 고민을 겪은 환자 사례를 공유하며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 류호광 원장은 “의사의 열 마디보다는 같은 과정을 겪은 환자 사례가 훨씬 도움되는 것 같다”며 “환자분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으실 수 있도록 의료진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호광 원장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퇴행성관절염 초기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추후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류호광 원장은 “초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분들도 운동을 지금 해놓으시면 저축이 된다”며 “저축된 운동의 효과는 수술이 필요할 때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