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MBTI 검사 믿지 마라… 이유는 최소 5가지
이지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9/07 10:58
박진영 연구원, ‘스켑틱’ 최신호서 비판
성격 유형 검사로 세대를 넘어 각광을 받고 있는 MBTI 검사, 믿어도 될까. ‘과학적 회의주의’를 표방하는 학술지 ‘한국 스켑틱’ 최신호(제23호)가 MBTI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 의과대학 박진영 연구원은 ‘너무 복잡한 인간, 너무 단순한 MBTI’ 칼럼을 통해, MBTI의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박진영 연구원은 MBTI를 ‘사람의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그런 이론을 만나면) 과학적 근거가 빈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상기하자”고 했다. 박 연구원이 MBTI를 ‘과학’으로부터 배제하는 ‘과학적’ 이유는 최소 5가지다. 정리해본다.
⓵ 객관적 데이터 없이 만들어졌다
MBTI, 즉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브릭스 모녀의 작품이다. 캐서린 쿡 브릭스가 엄마,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딸이다. 모녀는 이 지표를 세계 2차 대전 중인 1940년대에 공식화해 공개했다. 20세기 전반 정신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카를 융 이론과의 유사성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진영 연구원이 보기에 마이어스-브릭스 모녀의 지표는 기껏해야 주관적이다. 박 연구원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었다기보다 내적 추론을 통해 탄생한 이론”이라고 단언한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한 ‘내적 추론’으로 “인간의 마음은 이렇다!”고 일반화하던 시절의 이론이란 것이다.
⓶ 낡은 이론… 비즈니스와 영업으로 지탱
박 연구원은 “현대 심리학이 등장하면서 프로이트를 비롯해서 이 시절에 생긴 많은 이론들은 큰 비판을 받았다”고 정리한다. 그러나 MBTI의 명성은 공고하다. 왜일까. 박 연구원은 “사업화와 꾸준한 영업을 통해 일반인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이론들이 있다”며 그중 하나로 MBTI를 지목했다.
⓷ 신경증, 정서 불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박 연구원이 전하는 현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개방성·성실성·외향성·원만성·신경증(정서적 불안정성)의 5가지 특성으로 이뤄진다. MBTI는 ▲외향성(E)과 내향성(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의 4가지 지표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설명한다.
두 지표를 비교해보면 ‘신경증’의 누락이 확인된다. 박진영 연구원은 신경증(또는 부정적 정서성 또는 정서적 불안정성)의 누락을 ‘MBTI의 최대 맹점’으로 공격한다. 박 연구원은 “신경증은 예민하고 걱정이 많고 소심하다고 하는 것과 관련된 특성”이라며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사람의 성격을 논하는 것은 반쪽짜리 시도”라고 했다.
⓸ 16개의 성격? 현실 외면한 단순화
박 연구원은 현대 심리학의 성격 분류와 관련, 각각의 성격 특성들이 독립적이란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외향성과 신경증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외향성),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쩔까 걱정한다(신경증).
박 연구원은 “MBTI 검사에서 사용하는 설문의 문항 구성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해 중간을 허용하지 않고 A이거나 B라는 식으로 성격을 양분한다”고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각각의 성격 유형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박 연구원은 지적한다. 성격의 '분류'를 표방한다 해도, 16개의 유형으론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⓹ 감각과 직관은 상반되는 특성이 아니다
MBTI는 감각과 직관을 상반되는 특성으로 본다. 박 연구원은 감각을 ‘정보 중시’, 직관을 ‘느낌 중시’로 규정한 뒤, MBTI를 비판한다. 박 연구원은 “평소 관찰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줄 아는 능력이 좋아야 통찰력이라고 하는 큰 그림을 보는 능력 또한 발달한다”고 했다. 감각과 직관은 배타적일 수 없다는 게 박 연구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