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조금만 힘들어도 죽고 싶어요" 정신과 전문의 조언은…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9/02 06:00
30세 A씨는 힘들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 일이 생각만큼 잘 안 되도, 상사에게 꾸중을 들어도, 여자친구와 싸워도, 심지어 게임을 하다가 잘 안 돼도 '죽고 싶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A씨 처럼 죽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 대부분은 정말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자신의 저서 《매우 예민한 사람을 위한 책》을 통해 "죽고 싶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다보면 실제로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힘든 일을 겪을 때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고려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말에 '말이 씨가 된다'는 표현이 있듯, 무심코 한 말이 현실이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죽고 싶다'는 말은 자신이 가진 공격성과 분노가 스스로에게 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홍진 교수는 이럴 때는 죽고 싶다는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죽고 싶다'는 말을 '다음부터는 잘해보고 싶다', '오늘 상사에게 꾸중을 들었는데 다음부터는 혼나지 않도록 잘 해보자'라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처음부터 바꾸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바꿔나가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나만의 삶의 이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삶의 의미는 주로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만나면 편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재미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편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전홍진 교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세상이 넓고,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