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진료소·병원들의 황당한 '문전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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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선별진료소 사진./사진=연합뉴스

코로나 검사 한 번 받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고열에 마른기침 증상까지 보이던 고령의 할머니와 우리 가족은 토요일인 지난 29일, 5시간 동안 보건소와 병원 등 선별진료소를 돌았다. 거절당하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몸살까지 도진 할머니는 장시간 차 안에 있으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만약 확진자였다면 의도하지 않게 바이러스를 이곳저곳 뿌리고 다닌 셈이었다.

AM 11:00 - 파주시 소재 개인병원
고열, 마른기침, 몸살, 소화불량 등 증상을 보여 처음으로 찾은 곳은 가까운 개인병원이었다. 열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고 했더니, 우선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밖에서 체온을 잰 후 38도가 넘자 진료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우선 받고 오라"는 말만 할 뿐, 코로나 검사에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도 써주지 않았다. 막연한 마음으로 선별진료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AM 11:20 - 일산서구보건소
파주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거리가 가장 가까운 일산서구보건소로 향했다. 코로나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열이 있으면 검사를 해줄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열이 있으면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니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선 약을 처방해줄 수 없으니 가까운 '일산복음병원'으로 가기를 권했다. 광화문 집회 방문자나 밀접 접촉자 등 문자 안내를 받은 사람만 검사해주는 듯했다.

AM 11:40 - 일산복음병원
오전 마감이 끝났다고 했다. 언제 와야 하느냐고 물었다. '월요일'에 오라고 했다. 곳곳에 병원이 있는데 고령의 할머니는 극심한 고열과 불안 속에서 이틀을 지내야 하나.

AM 11:50 -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막막했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발열이 있을 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선별진료소를 물었다.
"검사가 가능한 선별진료소는 알 수 없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선별진료소 몇 개를 알려줄 뿐이었다.

AM 11:55 - 일산동구보건소(전화)
다급했다. 일산서구보건소에선 발열이 있어 검사를 받지 못했지만, 혹시 상황이 다를까 일산동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검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서구보건소에서 발열을 이유로 검사를 거절했을 리 없다며 확인 후 연락해준다고 했다. 동구보건소 측은 잠시 후 “확인했더니 사실인 것 같다”며, 다른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나 주민등록 거주지 상의 보건소로 가볼 것을 권했다.

PM 12:20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고 미리 전화로 문의했더니 가능하다고 해 방문했다. 점심시간 10분 전에 방문했음에도 점심시간이니 1시간 후에 오라고 했다. 1시간을 대기한 후 접수를 마쳤다. 그런데 응급실 진료를 위해서는 검사까지 2시간 정도를 대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상태가 좋지 않은 할머니를 2시간 동안 대기시킬 수 없어, 코로나 검사만 받을 수 없냐고 물었다. 가능하지만, 코로나 검사 역시 2~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할머니는 불안해했다.

PM 3:00 - 파주시 보건소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파주시 보건소로 향했다. 간단한 접수 후 30분 정도를 기다리고 검사를 마쳤다. 이렇게 간단히 끝날 검사를 위해 5시간을 돌아다닌 것이었다. 파주 시민은 파주에서 진단을 받아라? 그런 것도 아니었다. 보건소에선 거주지를 묻지 않았다. 그저 ‘무원칙’이었을 뿐이다.
검사를 받고 15시간 정도가 지난 후 결과를 통보받았다.
음성이었다.

선별진료소, 일관된 검사 시스템 필요해
정부는 코로나 감염 의심자가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동선을 숨기는 등 방역을 방해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며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감염 의심자가 검사를 받기조차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선별진료소에서 '선별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면 시민들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걸까.




발열, 호흡기 증상 등으로 코로나 감염이 의심된다면 안내 받으라고 홍보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 역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뉴얼에 맞춘 응대일 뿐,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재택상담'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도 1339 안내에 불만족을 느끼는 시민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들의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코로나 감염 의심자가 원활히 검사받고, 확진 시 조속히 격리될 수 있도록 하는 일관된 검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선별진료소마다 검사 관련 규정과 절차가 다르다면,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방편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